다른 직원들 앞에서 입사 동기에게 폭언 및 모욕을 하는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단순히 사이가 안 좋거나 반복적으로 다투는 걸 넘어 객관적으로 인정될 만한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가 전제돼야 한다는 취지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진현섭)는 콜센터 상담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을 사유로 한 징계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배치전환을 제외한 감봉 등 나머지 징계를 취소해야 한다고 봤다.
A씨의 입사 동기 B씨는 2024년 5월 A씨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회사에 신고했다. B씨 주장에 따르면 A씨는 같은 해 2월 ‘B씨 데이터베이스(DB)로 나의 DB가 유입됐는데 바로 전달하지 않았다’면서 팀원 6명에 이메일을 보내 B씨를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페널티 부과를 요청했다.
이후에도 B씨에 대한 페널티 부과를 반복적으로 요청했으며, 같은해 5월엔 사무실에서 B씨의 의자를 밀치며 큰 소리로 “또라이, 나와”라고 소리쳤다. B씨가 일어나지 않자 A씨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며 “개인회생, 자격지심” 등을 언급하며 모욕했다.
회사는 조사 결과 A씨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감봉 1개월의 징계 처분을 하고 배치전환을 명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중노위도 징계 사유가 인정된다며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입사 동기인 두 사람의 나이, 근속기간, 회사 내 직위·직급 체계, 실적 등에 비춰보면 A씨가 B씨에 대해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에 있었다고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어 “A씨가 다른 동료 상담원들과 합세해 수적 우위를 이용해 B씨와의 관계에서 우위에 있었다고 볼 만한 정황도 발견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