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건강엔 장내 미생물, 식물 건강은 뿌리 미생물 [달콤한 사이언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6-02-13 14:00
입력 2026-02-13 14:00
참나무 뿌리에 있는 미생물이 자연림의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영국 웨스트잉글랜드대 제공


장내 미생물이 사람의 건강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면, 식물에는 뿌리 미생물이 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영국 뱅거대 환경·자연과학부, 버밍엄대 미생물학·감염학 연구소, 산림청 삼림 연구소, 애버리스트위스대, 웨스트잉글랜드대 생명과학 연구센터 공동 연구팀은 자연림에서 자라는 참나무를 관찰한 결과, 나무의 미생물이 가뭄이나 양분 부족, 해충과 세균 노출에 대한 회복력을 유지해준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세포 숙주와 미생물’ 2월 11일 자에 실렸다.

미생물은 토양 영양분 가용성 향상, 병원체 방어, 식물 면역 조절을 통해 식물의 건강과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지금까지 식물 미생물 군집에 관한 연구는 성장 속도가 빨라 생애 주기가 짧은 식물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나무에 관한 연구는 많지 않다. 참나무처럼 수백 년을 살 수 있는 장수 식물 종에 대한 미생물 군집의 기능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연구팀은 영국 노퍽 지역의 자연림에 있는 수령 35년의 참나무 144그루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연구팀은 일부 나무 주변에는 가뭄을 모방하기 위해 비를 차단하는 울타리를 설치했고, 다른 나무들은 수관과 영양관이 지나는 껍질을 벗겨내 물과 영양분 부족을 유도했다. 또 일부 나무에는 병원성 딱정벌레와 박테리아를 접종해 참나무 표면에 괴사성 상처를 유발하는 급성 참나무 쇠퇴증(AOD)을 일으켰다. 연구팀은 미생물 군집 변화를 추적하기 위해 2년 동안 네 차례에 걸쳐 표본을 수집하고, DNA 염기서열 분석으로 나무의 잎, 줄기, 뿌리와 연관된 박테리아와 균류를 구분했다.



그 결과, 참나무에는 잎, 줄기, 뿌리와 연관된 고유한 미생물 군집이 있었으며, 강우 차단, 껍질 제거, AOD 증상 발현은 미생물 군집 구성에 영향이 미미했다. 장기간 강우 차단으로 가뭄과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나무뿌리 미생물 군집은 가뭄 내성과 연관된 방선균 박테리아와 그 밖에 박테리아와 병원균들이 다소 증가했다. 그러나, 나무들이 생리적 변화를 보이고 토양이 훨씬 건조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미생물 군집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이는 참나무 관련 미생물 군집이 산림 생태계 안정성 유지에 잠재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제임스 맥도널드 버밍엄대 교수는 “환경적 스트레스 요인의 증가에 따라 나무의 적응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는데, 그 핵심이 미생물 군집에 있다”며 “이번 연구는 나무가 가뭄을 견디고 극복할 수 있도록 숙주-미생물 상호 작용이 어떻게 돕는지 알려줌으로써, 나무에 유익한 미생물을 접종하면 환경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암시를 한다”고 말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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