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 등과 미 석탄수출 확대 합의”… 韓 당국 “석탄 별도 합의 없어”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수정 2026-02-12 22:44
입력 2026-02-12 22:44

韓 무역합의서 미국산 석탄 수출 첫 언급
자국용 이면에 대미투자 압박용 분석도
작년 7월 한미 에너지 수입 합의 염두에 둔 듯
韓, 4년간 1000억 달러 美 에너지 수입키로
“LNG·석유 무게… 구체적 내용 확정 안해”
미 석탄 수입 확대 시 환경 규제 불이익 우려

전용기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 시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국내 정치 상황을 비판한 미국 스키 국가 대표선수를 향해 “진정한 패배자”라고 공개 비난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AP/뉴시스


관세 재인상으로 한국을 압박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지난 몇 달 동안 우리는 일본, 한국, 인도 그리고 다른 나라들과 우리의 석탄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릴 역사적인 무역합의들을 했다”고 말했다. 우리 통상당국은 석탄만 별도 수출하는 무역 합의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 내 석탄 산업 활성화 관련 행사에서 한 연설에서 “우리는 지금 전 세계로 석탄을 수출하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무역합의와 관련해 미국산 석탄 수출을 언급한 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석탄은 국가안보에 중요하며 철강 생산부터 조선과 인공지능(AI)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필수적”이라면서 “가장 믿음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라고 강조했다.

미국 국방부에 석탄발전소와 새로운 전력 구매 협정을 체결하도록 지시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이 상당량의 석탄을 구매하게 될 것이며, 이는 훨씬 저렴하고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석탄 발전소를 폐쇄한 것을 “파멸적인 길”이라고 비난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만연필에 관심을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TV 유튜브 캡처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중간선거를 염두에 둔 자국 국내용 발언이라는 해석과 함께 관세 인상 저지를 위해 협상 중인 한국에 ‘석탄 수출’이라는 추가 압박을 넣은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 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7월 미국의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를 줄여주기 에너지 수입선을 다변화해 4년간 1000억 달러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해주자는 합의가 있었다”면서 “이 합의는 국민 경제에 많이 쓰이는 액화천연가스(LNG), 석유가 더 많은 비중으로 포함돼 있고 석탄 비중은 적다. 석탄만 따로 수출하는 무역 합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30일 한국 무역협상 대표단과 만난 뒤 한미 간 무역합의 타결을 알린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한국은 10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LNG나 기타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기타 에너지 제품’에 석탄을 포함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통상 당국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석탄 관련 발언은 1000억 달러 에너지 구매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직 한미는 구체적인 에너지 구매 내용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해 7월 타결한 관세 협상 과정에서 상호관세율 인하를 조건으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함께 향후 4년간 10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도 석탄은 주요 수입 대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다.

손 잡은 한미 정상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주 뉴시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에너지 수입은 1402억 달러 규모로, 이 가운데 미국으로부터 들어온 물량은 14.7%에 해당하는 206억달러다. 품목별로 보면 원유가 129억 달러로 가장 많고, 액화석유가스(LPG) 39억 달러, 천연가스 24억 달러 등의 순이다. 석탄(유연탄 기준) 수입은 4억 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통상 당국은 원유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물량을 미국으로 돌리는 선에서, 가스의 경우 호주·카타르산을 미국산으로 일부 대체하는 선에서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릴 수 있다고 봤으나 석탄 수입과 관련해 공개한 계획은 없었다.

미국산 석탄 수입 확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을 통해 석탄 발전 비중을 줄이고 있는 한국의 에너지 정책 기조에도 맞지 않다는 의견들도 나온다. 미국산 석탄 수입 확대가 한국의 탈탄소 목표 달성에 지장을 줄 수 있고 유럽연합(EU)이 올해 본격 시행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글로벌 환경 규제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당국 관계자는 “미국산 에너지 수입과 관련해서는 앞으로도 실무 채널 등을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 하는 트럼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경주 뉴시스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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