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이것’이 미국 침투에 성공했다…한국도 한때 점령당해

신진호 기자
수정 2026-02-16 21:55
입력 2026-02-12 17:26
중국에서 유래한 꽃매미가 미국 전역을 점령했다. 꽃매미가 이토록 단숨에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던 데에는 중국의 도시 환경이 진화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 덕분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주로 중국 중남부, 베트남, 대만, 인도 등에 서식하던 꽃매미는 2000년대 중반 한국에서 급증한 뒤 일본을 거쳐 2014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처음 발견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됐던 꽃매미는 미국에서도 빠르게 세력을 넓혀 2020년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에서 처음 포착된 후 매년 그 수가 증가했다. 현재는 미국 동부 19개 주에서 서식하고 있다.
꽃매미는 사람을 물거나 쏘지 않고 독성도 없어서 인체에 직접 해를 끼치진 않지만 나무줄기에 붙어 수액을 빨아먹어 대량 발생하면 과수 농가에 피해를 준다. 또 끈적끈적하고 당분이 많은 분비물을 남기는데 이 분비물 때문에 그을음병 곰팡이가 확산한다. 이 분비물을 섭취한 꿀벌이 생산한 꿀은 쓴맛이 강해지는 피해도 생긴다.
포도 생산량이 많은 뉴욕주에서는 2022년 ‘발견하면 죽이자’(Kill-on-Sight), ‘밟아서 없애자’(STOMP IT OUT) 등의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2019년 연구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주에서만 꽃매미에 따른 농작물 피해가 연간 3억 2400만 달러(약 4748억원)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뉴욕대학교 생물학자인 팰런 멍 연구원은 영국 왕립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로열 소사이어티’에 발표한 논문에서 꽃매미가 외래종으로서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데에는 도시 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얻는 능력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중국 상하이의 도시와 인근 시골 지역, 미국 뉴욕시, 코네티컷, 뉴저지에서 채집한 꽃매미의 유전체 서열을 분석했다.
각 개체군을 연구한 결과 도시 지역과 농촌 지역 꽃매미 개체군 사이에 뚜렷한 유전적 차이가 발견됐다.
멍 연구원은 “불과 30㎞ 떨어진 곳이어도 도시인지 농촌인지 여부에 따라 개체군 간 유전적 차이가 매우 뚜렷하게 차이 났다”고 말했다.
이는 꽃매미가 비록 날 수 있다 하더라도 끊임없이 먹이를 섭취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먹이로 삼는 숙주 나무 근처에 계속 머무르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이렇게 개체군마다 분리된 채 상하이의 도시에 사는 꽃매미는 시골 꽃매미와 달리 도시 생활이 주는 스트레스에 대한 유전적 내성을 진화시켜 도시의 더운 환경에 적응하고 독소와 살충제를 해독하고 대사하는 능력이 향상됐다.
반면 미국에서는 200㎞ 떨어진 곳에서 채집된 개체들조차 유전적으로 서로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 도시 환경에 적응을 끝낸 꽃매미가 다른 덥고 오염된 환경에도 잘 견딜 수 있게 됐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유전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구 통계학적 모델링을 사용해 꽃매미의 최근 역사를 재구성했다. 그 결과 세 차례의 유전적 병목 현상이 있었음을 밝혀냈다.
첫 번째는 170여년 전 상하이의 급속한 도시화 시기, 두 번째는 2004년 꽃매미가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동한 시기, 세 번째는 2014년 꽃매미가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도착한 시기다.
멍 연구원은 “도시는 외래종이 열이나 살충제 같은 압력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진화적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에서 한때 창궐했던 꽃매미는 현재 과거와 같은 위세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된 데는 겨울철 한파와 더불어 토착 천적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2015년 국립생물자원관과 농촌진흥청은 공동 연구를 통해 한국에 자생하는 벼룩좀벌 중 한 종이 꽃매미알에 기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꽃매미벼룩좀벌’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이 종은 꽃매미의 알 위에 자기 알을 낳고, 부화한 유충이 꽃매미알을 먹고 자란다.
이를 이용해 농촌진흥청은 벼룩좀벌을 대량 증식해 과수원과 꽃매미가 숙주로 삼은 식물 군락지에 방사했다.
이러한 노력과 더불어 사마귀나 거미, 새 등 여러 다른 생물들도 차츰 꽃매미를 먹이로 인식하면서 생태계에서 자연적으로 꽃매미 개체 수가 균형을 이루게 됐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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