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연출 체비크 “그저 사랑 이야기 아닌, 뜨거운 주제 담아”

최여경 기자
수정 2026-02-12 17:13
입력 2026-02-12 17:13
“여성이기 때문에 용서 받지 못하는 일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9세기 작품이긴 하지만 사회적인 시선이나 시사점이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인간적인 실수를 한 사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오늘날 한번 얘기해 볼 만한 그런 뜨거운 주제가 아닌가 싶어요.”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연출가 알리나 체비크(54)는 12일 서울 서머셋팰리스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이야기를 ‘마냥 사랑 얘기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꺼냈다. “현대 사회가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성 중심적인 사고방식이 남아 있는 것 같다”면서 매스미디어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누군가의 실수를 비난하는 일은 너무나도 쉬운” 시대를 살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 작품 인용문에는 ‘사람은 심판할 수 없고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성경 구절이 나온다”며 “작품이 그와 같은 주제도 담고 있으니 마냥 사랑 이야기로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댔다.
이 작품은 러시아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1828~1910)가 1878년에 발표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19세기 러시아 상류 사회를 배경으로 고위 공직자의 아내 안나가 젊은 장교 브론스키와 치명적인 사랑에 빠지며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다. 작품은 남편의 지위가 여성의 성공으로 평가받는 사회에서 불륜을 저지른 여성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개인의 삶과 사회의 시선, 도덕규범 등이 충돌하는 모습을 탐구하며 시대마다 재해석되는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공연은 2019년 재연 이후 약 7년 만에 선보이는 라이선스 공연이다. 체비크는 “한국, 서울에 다시 오게 돼 너무 기쁘다. 우리 팀들, 배우들이 얼마나 프로페셔널하게 일하는 이들인지 익히 알기 때문에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어 반갑다”고 소감을 전했다.
초연, 재연에 이은 삼연이지만 전체적인 구성면에서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고 했다. 체비크는 “러시아 현지 공연과 비교하면 서술자 역할이 확대됐다는 점이 차이점일 거라 생각한다”면서 “배우마다 소화하는 스타일이 달라 그 부분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고 부연했다.
이 공연은 배우 옥주현이 안나 역할을 ‘독식’한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38회 회차 중 옥주현이 23회, 이지혜가 8회, 김소향이 7회 출연한다. 김소향은 관심이 높은 저녁 공연보다 낮 공연 출연이 절반 이상이라 배역 분배에 대한 의구심을 낳았다.
관련 질문을 받은 체비크는 “내부적인 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개인이 결정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라고 했다. 이어 “제작사와 러시아 원작자, 배우들과 사전 협의가 된 부분이라고 알고 있다. ‘안나 카레니나’처럼 사회가 그렇다고 하니까 공격하는 그런 일은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옥주현에 대해서는 “제가 생각하는 중요한 요소인 큰 에너지와 탄탄한 성량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안나 카레니나’는 오는 20일부터 3월 29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최여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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