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코치, 달라진 국기…13개국 16명 맡은 佛 피겨 안무가

김유민 기자
수정 2026-02-12 13:16
입력 2026-02-12 13:16
‘올림픽에서 가장 바쁜 남자’라 불리는 이유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경기 중 묘한 장면이 포착됐다. 같은 코치가 15분 간격으로 서로 다른 국가대표팀 점퍼를 입고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알고 보니 한 명의 코치가 13개국 16명의 선수를 동시에 지도하고 있었다.
영국 BBC에 따르면 프랑스 출신 피겨스케이팅 코치 겸 안무가 베누아 리쇼(38)는 최근 열린 팀 이벤트 경기에서 조지아 국가대표 재킷을 입고 니카 에가제를 응원했다. 그러나 약 15분 뒤 다시 중계 화면에 잡힌 그는 캐나다 대표팀 재킷으로 갈아입은 채 스티븐 고골레프를 응원하고 있었다.
리쇼 코치가 이번 대회에서 13개국 출신 16명의 피겨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지아와 프랑스는 물론 미국, 캐나다, 스페인 등 다양한 국가의 선수들이 그의 제자다.
리쇼 코치는 BBC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감정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라며 “한 선수가 기대에 못 미쳤는데 이어서 다른 선수가 훌륭한 연기를 하면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에 도달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다행히 그런 상황이 연달아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그랬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킷을 빠르게 갈아입는 비결도 공개했다. 그는 “탈의실에 필요한 물건을 모두 넣어둔다”며 “직접 보관이 어려울 경우 각 국가대표팀 리더나 감독이 재킷을 맡아두었다가 경기 때 건네준다”고 설명했다.
피겨스케이팅 종목 특성상 한 코치가 여러 국가의 선수를 동시에 지도하는 것은 규정상 문제가 없다. 선수들이 국가대표팀 소속이지만, 훈련은 개인 코치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한 경기에서 10개국 이상 선수들을 동시에 맡는 사례는 드문 편으로 평가된다.
리쇼는 선수 출신이다. 2005~2006시즌 엘로디 브루일러와 짝을 이뤄 주니어 프랑스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고, 이후 시니어 무대에서도 입상 경력을 남겼다. 은퇴 후에는 안무가로서 더 큰 명성을 쌓았다. 2024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케이팅 어워즈에서 ‘최우수 피겨 안무가’로 선정됐고, 2025년에도 같은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번 올림픽 남자 싱글 결승에서도 상위권 선수들 가운데 여러 명이 그의 지도를 받았다. 경기마다 다른 국기를 입고 등장하는 장면은 중계진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한 경기 안에서 여러 국기를 갈아입고 응원하는 모습은 글로벌 스포츠의 단면을 보여준다. 규정상 허용된 일이지만, 관중에게는 “같은 코치가 또 나오네”라는 반응을 이끌 만큼 이색적인 장면이었다.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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