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설탕 담합’ 3사 4000억원대 과징금

한지은 기자
한지은 기자
수정 2026-02-12 12:17
입력 2026-02-12 12:00

CJ제일·삼양사·대한제당 제재
담합으로 3조 2884억원 이득
3개 업체 시장점유율 약 90%
가격 재결정 명령 요건 불충분

CJ제일제당, 설탕·밀가루 가격 인하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설탕 판매대. 2026.2.8
jin90@yna.co.kr


설탕 가격을 짜고 친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이 4000억원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2010년 LPG 담합 사건(6689억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로 기업별 평균 부과액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개 설탕 제조·판매 사업자들이 4년여에 걸쳐 설탕 가격의 인상·인하 폭과 시기 등을 담합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083억 13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2일 밝혔다.


과징금은 CJ제일제당 1506억 8900만원, 삼양사 1302억 5100만원, 대한제당 1273억 7300만원 순이다. 과징금 산정의 토대가 되는 관련 매출액은 3조 2884억원으로 부과 기준은 15%가 적용됐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4년여간 인상 6차례·인하 2차례
직급별 모임·연락으로 사전합의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설탕 판매가격의 인상·인하 폭과 시기를 사전에 합의했다. 설탕 주재료인 원당 가격이 오를 때는 이를 근거로 가격을 신속히 인상했고, 원당 가격이 하락할 때는 인하 폭을 축소하거나 시점을 늦추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가격 합의는 직급별 모임과 연락을 통해 이뤄졌다. 대표·본부장급이 인상 방향을 정하면, 영업임원·팀장급이 한 달에 최대 9차례 접촉하며 실행 방안을 구체화했다. 필요할 경우 거래처와 협상을 진행했는데 거래처별 점유율이 가장 높은 제당사가 협상을 주도하고 경과를 수시로 공유했다. 예컨대 동서는 CJ제일제당, 오리온은 삼양사, 남양유업은 대한제당이 나서는 식이다.

설탕은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는 품목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다. 이에 따라 3개 사의 2024년(내수 판매량 기준) 시장점유율은 약 89%에 이른다. 제당사들이 가격을 올리면 수요처가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되고,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국내 설탕시장 유통구조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공정위 조사 개시 후에도 담합 유지
3개사, 향후 3년간 정부에 가격 보고
이들 업체는 2007년 같은 혐의로 한 차례 제재를 받고도 다시 담합을 강행했고, 2024년 3월 조사 개시 이후에도 1년 이상 담합을 유지했다. 또 공정위 조사 정보 공유와 공동 대응 논의 정황도 확인됐다.

공정위는 3개 사에 향후 3년간 설탕 가격 변경 현황을 연 2회 서면 보고하도록 명령했다. 이와 함께 법 위반 사실 통지, 임직원 교육 실시 및 보고, 영업팀 자체 조사, 담합 가담자 징계 규정 신설 등 재발 방지 조치도 부과했다.

다만 가격 재결정 명령은 내리지 않았다. 공정위는 “법 위반 상태나 효과가 현재까지 지속돼야 하나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3개 사는 공정위 조사 기간 중이던 지난해 7월과 11월, 올해 1월 등 세 차례 설탕 가격을 인하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병기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진행 중인 밀가루, 전분당, 계란, 돼지고기 등 담합 사건도 신속하게 처리해 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엄정 조치할 계획”이라며 “담합은 공정한 경쟁 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불공정 행위”라고 강조했다.

세종 한지은 기자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