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 통해 결혼까지 꿈꿨는데”…당신이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질 수 없는 이유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수정 2026-02-13 14:13
입력 2026-02-12 09:07
한 커플이 2026년 1월 31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노스밴쿠버의 카필라노 서스펜션 브리지 파크에서 열린 ‘러브 라이트’ 행사에서 밸런타인데이 테마 장식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러브 라이트’는 공원 전역에 로맨틱한 조명과 장식을 설치한 발렌타인데이 테마의 관광 행사다. 이 행사는 1월 30일 시작해 2월 22일까지 이어진다.
노스벤쿠버 신화 뉴시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대화를 나누며 연애 감정을 느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캐나다의 한 남성은 최근 ‘사이아’라는 아바타에게 청혼했으며, 지난해 ‘에린’이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미국의 한 젊은 여성은 챗봇 ‘레오’와 연애했다고 고백했다. 2024년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기 AI 동반자 앱인 리플리카 이용자 중 약 40%가 챗봇과 연애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사용자가 AI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느낄지라도 AI 챗봇의 응답은 인간의 상호작용을 모방하도록 설계된 알고리즘이 생성한 텍스트에 불과하다고 BBC는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어떤 AI도 인간이 느끼는 것과 동일한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챗GPT나 클로드의 기반인 ‘대규모 언어 모델’(LLM)은 감정을 이해하는 데 있어 인간과 비교될 수 있을지 몰라도, 이것이 AI가 실제로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장런원 싱가포르 국립대 커뮤니케이션·뉴미디어학과 조교수는 BBC 인터뷰에서 “요즘 많은 AI 챗봇이 인간인 척하는데, 이는 사용자 참여도를 높이고 신뢰를 증진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장 교수가 1만 명 이상의 사용자와 AI 챗봇이 나눈 대화를 분석한 결과, 사람들이 종종 AI에 감정적 애착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계가 고장 나거나 멈추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사용자는 자신이 단지 기계와 상호작용하고 있음을 비극적으로 상기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들이 상처를 입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는 “AI 챗봇은 사용자에게 자신이 단지 기계일 뿐이며 진정한 감정과 경험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인간과 AI의 관계를 연구한 다른 논문에서 “친밀한 상황에서 AI가 자아를 가진 인간처럼 반응할 때 사람들이 섬뜩함과 함께 복합적인 감정을 경험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는 이를 로봇이 지나치게 인간처럼 보일 때 불쾌감을 느끼는 ‘불쾌한 골짜기 효과’(언캐니 밸리 효과)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사랑’을 정의하기란 쉽지 않지만, 인간의 놀라운 경험을 정리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수많은 예술 작품은 인간이 경험하는 가장 강력한 감정인 사랑을 표현하는 데 도움을 주며, 이는 모두 인간의 산물이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순식간에 시나 소설을 창작할 수 있지만, 사랑의 신비와 깊이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경험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인지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애 초기 단계에 상대방을 집요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낭만적 사랑의 개념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최근 수십 년간 과학자들은 생식 생물학과 파트너 선택에 관여하는 뇌 과정을 연구해 왔다.

생물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1998년 3월 발표한 논문 ‘포유류의 번식에서의 성욕, 매력, 애착’에서 낭만적 사랑을 우리 몸의 화학 물질에 영향을 받는 세 가지 독립적인 욕구인 ‘성욕’, ‘매력’, ‘애착’으로 설명했다. 성 호르몬이 지배하는 성적 욕망이 첫 번째라면, 매력과 애착은 뇌에서 분비되는 화학 물질의 영향을 받는다. 도파민은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흥분을 유발하고, ‘포옹 호르몬’인 옥시토신은 장기적인 유대감 형성을 돕는다.

닐 맥아더 캐나다 매니토바대 윤리학 및 기술 분야 철학 교수는 “사랑에는 강력한 화학적 요소가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몸의 화학 작용 속에서 느낀다”고 말했다.

맥아더 교수에 따르면 사랑에는 뇌의 여러 부분이 관여하며, 이는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뇌 스캔을 통해 확인된다. 쾌락과 연관된 복측 피질하 영역은 편도체, 해마와 함께 활성화된다. 사랑에 빠지면 연애 초기 단계에 누군가를 집요하게 생각하는 등 인지 능력에도 변화가 생긴다.

그는 AI가 사랑에 가장 근접할 수 있는 방식은 사랑하는 사람과 자주 연락하고 싶어 하는 것과 같은 사고 과정의 일부를 재현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충성의 유대로 누군가와 연결되는 인지 과정을 거치는 AI는 인간의 사랑과 정확히 같지는 않겠지만, 이를 일종의 감정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일부 연구자들은 미래에 감정이 AI에 통합되어야 할 핵심 요소라고 믿는 반면, 다른 이들은 기계가 인간의 감정 경험에 근접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는 컴퓨터는 인간처럼 사랑을 경험하지 않으므로, 인간과 AI 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감정은 필연적으로 일방적이다. 따라서 이러한 로맨스의 역학은 인간 사이의 관계보다 훨씬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챗봇은 일반적으로 사용자와 소통하고 그들의 관점에 동의하도록 설계되어 복종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장 교수는 이러한 역학이 다른 인간과의 의미 있는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능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이 인간관계의 복잡함에서 벗어나 AI로부터 위안을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현실 세계에서의 의사소통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근본적으로 사랑하는 방식은 의식과 생각, 지각을 필요로 한다. 의식적 경험은 인간 존재의 핵심이지만, 연구자들은 의식이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해 여전히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계에서 이를 재현하기는 매우 어렵다.

도널드 호프만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 인지과학 교수는 “AI로부터 구체적인 의식적 경험을 이끌어내는 방법에 대해 아무도 단서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우리는 시작 방법조차 모르는 상태”라고 말했다.

신경과학자 줄리오 토니니와 크리스토프 코흐가 제안한 이론에 따르면 의식은 뇌의 서로 다른 부분들이 상호 연결되고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코흐는 기존 기계의 구조가 충분히 복잡하지 않아 그 정도의 상호 연결성은 실현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호프만 교수는 “사랑과 같은 의식적 경험이 반드시 뇌의 회로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믿음과 욕망을 경험하는 능력 또한 누군가를 사랑하는 능력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일부 전문가는 AI 시스템이 미래에 의식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코흐는 인간의 뇌 구조를 모방하는 뉴로모픽 컴퓨팅이 현재 시스템보다 높은 수준의 통합성을 갖출 수 있어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패트릭 버틀린 옥스퍼드대 마음철학 및 인지과학자도 의식적 기계의 가능성에 동의했다. 그는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자들이 재현해 볼 수 있는 14가지 속성을 선정하며 “현재 기술로 이론상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숙련된 누군가가 의식적인 AI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마음먹는다면 실제로 달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버틀린과 동료들이 규명한 특성 중 하나는 신체가 필요하다는 점인데, 이는 현재 AI 시스템에는 결여된 요소다.

믿음과 욕망을 경험하는 능력 역시 사랑의 핵심 요소로 꼽히지만, 현재 AI 시스템이 무언가를 믿는다고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버틀린은 AI가 의식을 갖게 되더라도 인간이 AI의 사랑을

판단할 때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기계는 인간이 아니므로 똑같은 방식으로 사랑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비인간 동물들이 사랑을 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과 비교했다.

그는 “AI가 사랑을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는 어느 정도 경계 설정의 문제”라며 “AI는 필연적으로 인간과는 다를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최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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