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개천에서 용 못 난다… 지방서 나고 자라면 가난의 대물림 확률 81%

황비웅 기자
황비웅 기자
수정 2026-02-12 01:04
입력 2026-02-12 00:53

세대 간 ‘부의 대물림’ 현상 심화
하위 50% 잔류 확률 58.9 →80.9%
상위 25% 진입 기회 12.9  →  4.3%
“비수도권 취업 기반 개선 중요”



경남의 한 중소도시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30대 초반 A씨. 서울로 올라와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업한 그는 현재 연봉 1억원 가까이 받으며 내집 마련에도 성공했다. 반면 같은 학교를 다녔지만 집안사정이 어려워 지방 사립대에 입학한 B씨는 해당 지역 중소기업에 입사해 3000만원대의 연봉을 받는다. 그는 지역에서 결혼한 뒤 전세로 살고 있다. 두 사람의 출발선은 같았지만, 지역 이주 여부에 따라 소득과 자산의 격차는 확연히 벌어졌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은 점점 옛날 이야기가 돼 가고 있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에게 그대로 이전되는 ‘부의 대물림’ 현상이 최근 세대로 갈수록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지방에서 태어나 고향에 남은 청년들의 경우, 부모가 소득 하위권이면 자녀 역시 하위권에 머무는 비율이 8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1일 공개한 ‘지역 간 인구이동과 세대 간 경제력 대물림’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와 자녀 간 ‘부의 대물림’이 소득과 자산 모두 최근 세대에서 정도가 심해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한은 연구진이 한국노동패널(KLIPS) 미시자료를 분석한 결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함께 공동으로 진행됐다.

부의 대물림이 최근 들어 심화하는 배경엔 개인의 노력이 아닌 지역 간 이동 등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B씨처럼 지방(비수도권)에 사는 청년들에게 가난이 대물림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비수도권에서 태어난 1971~1985년생 중 부모 소득이 하위 50%인 자녀가 지방대학에 입학했을 때 기대되는 평균 소득백분위는 과거(71~85년생) 54.5%에서 최근(86~90년생) 39.8%로 떨어졌다. 소득 수준별로 100%까지 줄을 세웠을 때 예전엔 중간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하위 30~40%까지 떨어졌단 뜻이다. 반면 부모소득이 상위 50%에 속하는 자녀가 수도권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평균 소득백분위는 61.5%에서 66.5%로 상승했다. 부모소득이 상위권인 자녀가 수도권 대학교에 입학하면 자녀 소득 수준도 따라서 높아진다는 의미다.

특히 지방에서 태어나 고향에 남은 자녀들은 ‘가난의 대물림’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지방에서 태어나 고향에 머문 부모소득 하위 50%의 자녀가 여전히 하위 50%에 머무는 비율은 과거(71~85년생) 58.9%에서 최근(86~90년생) 80.9%로 급등했다. 이들 중 소득 상위 25%로 진입한 비율은 같은 기간 12.9%에서 4.3%로 급감했다. 아울러 부모 자산이 하위 25%에 속한 자녀는 부모 자산이 상위 25%인 자녀보다 수도권으로 이주할 확률이 43% 포인트나 낮았다. 정민수 한은 조사국 지역경제조사팀장은 “비수도권 거점대학이 소수의 분야라도 상위권 대학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도록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 비수도권 내 세대 간 대물림을 완화할 수 있도록 산업과 일자리 기반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비웅 기자
2026-02-1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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