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배·성묘 대신 해드립니다”…명절 의례도 ‘대행’ 확산

김유민 기자
수정 2026-02-11 20:31
입력 2026-02-11 15:40
명절 인사와 성묘까지 대신해주는 ‘의례 대행 서비스’가 아시아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플랫폼 경제 확산과 고령화, 기후 변화 등이 맞물리면서 전통 의례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춘제(설)를 앞두고 ‘세배 대행 서비스’가 출시됐다가 여론 반발로 철회됐다. 허난성 정저우에 본사를 둔 한 온라인 가사 서비스 플랫폼은 선물 전달과 덕담, 전통 예법에 따른 절까지 대신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용 요금은 2시간 기준 999위안(약 21만원)으로 책정됐다. 대행 인력이 직접 방문해 절을 하고 전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 의뢰인에게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업체는 해외 체류자나 거동이 불편한 이용자를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온라인에서는 “효도까지 외주를 주는 것이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논란이 확산하자 업체는 서비스를 중단했다. 중국 매체들은 즉시 배송·심부름 플랫폼이 일상 영역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전통 가치와 상업화의 경계가 충돌한 사례라고 분석했다.
일본에서는 성묘 대행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기록적 폭염과 고령화로 직접 묘지를 찾기 어려운 사례가 늘면서다.
NHK 보도에 따르면 도쿄 하치오지시의 한 업체는 지난해 전년보다 두 배 가까운 성묘 의뢰를 받았다. 전국 대형 청소 서비스 회사 역시 5년 전 대비 의뢰가 15~20%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는 직원이 잡초를 제거하고 비석을 닦는 모습을 영상통화로 실시간 중계하면, 의뢰인이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합장하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묘지는 그늘이 적고 반사열이 심해 열사병 위험이 높은 장소로, 고령 성묘객의 안전 문제가 수요 증가 배경으로 지목된다.
국내에서도 벌초 대행, 성묘 관리 서비스 등 관련 산업은 이미 자리 잡고 있다. 명절 이동이 어려운 1인 가구와 해외 거주자가 늘면서 의례를 서비스로 대체하는 흐름은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경제가 일상 전반으로 확장되면서 의례 역시 예외가 아니라고 본다. 이동과 시간 제약을 줄이는 효율성이 우선되면서 전통적 행위도 서비스 영역으로 편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세배나 성묘처럼 상징성이 큰 의례까지 대체 가능한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두고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린다.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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