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일식을 예측한다는 연구는 새빨간 거짓말? [사이언스 브런치]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6-02-10 14:00
입력 2026-02-10 14:00
지난해 호주, 이탈리아, 영국 공동 연구팀이 이탈리아 돌로미테 산맥의 나무들이 일식이 일어나기 전에 생체 전기신호 소통을 했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그러나, 나무들의 전기 활동 증가와 일식과는 상관 없다는 반론 연구가 나왔다.

호주 서던 크로스대 제공


2022년 10월 말 부분 일식이 일어날 때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산맥에서 독특한 현상이 관찰됐다. 일식이 시작되기 몇 시간 전 돌로미티 숲의 가문비나무들이 갑작스럽게 동시에 생체 전기 활동을 늘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호주와 이탈리아, 영국 공동 연구팀은 이 결과를 과학 저널 ‘영국 왕립학회 오픈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이 연구로 나무들이 다가오는 일식을 예측하고 대비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스라엘 네게브 벤구리온대 사막 생태학과 연구팀은 나무들의 전기 활동 증가가 국지적 뇌우와 동시에 발생한 것으로 부분 일식과는 관련이 없다고 10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최신 식물 과학’ 2월 6일 자에 실렸다.

식물이 환경 변화를 인지하고 반응하며 주변 식물이나 다가올 스트레스에 대한 미래 경쟁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반응은 예측된 사건이 상당한 위협이 되고 예측 신호와 밀접하게 연관될 때만 발생한다. 이에 연구팀은 앞선 연구를 자세히 분석했다.

그 결과 이전 연구에서 관측된 일식은 진행 시간도 짧았고 빛의 감소도 적었으며 예측이 필요할 만큼 중요하지도 않았고 지나가는 구름보다도 영향이 덜한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해당 연구에서 관측된 부분 일식은 단 두 시간 동안 빛을 약 10.5%만 줄였을 뿐이고 해당 지역에서 구름양이 오히려 빈번하게 변동하며 빛의 질과 양을 훨씬 큰 폭으로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일식이 사전 대응이 필요할 만큼 중요했다고 하더라도 연구팀은 나무들이 그 발생을 예측할 능력이 없었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앞선 연구팀은 살아있는 나무 3그루와 그루터기 5개만 관측해 나이 많고 큰 나무들이 어린나무들에 비해 전기 활동 증가 폭이 더 크다는 점을 보여주며 이것이 나이 많은 나무들이 과거 일식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나무들과 소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늙은 나무가 과거 일식을 ‘기억’할 수 있다고 해도 그 정보는 미래 일식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일식과 연관된 중력 변화는 초승달 때 발생하는 중력 차이와 규모가 유사해 정보가 될 수 없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진화 생태학자로 연구를 이끈 아리엘 노보플란스키 교수는 “나무의 전기적 활동은 실제 현상이지만 여전히 탐구 초기 단계 분야”라며 “나무의 일식 예측은 생물학 연구의 중심에 유사 과학이 침투한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노보플란스키 교수는 “죽은 통나무에서도 관측할 수 있는 전기 신호의 변동이 기억, 예측, 집단적 반응성을 담고 있다는 주장은 몇 가지 비약적 추론이 필요하지만 해당 연구는 그 어떤 것도 입증되지 않았다”며 “상관관계만을 근거로 예측적 반응성이나 의사소통 같은 비합리적이고 환상적인 주장을 만들어내지 않아도 숲은 충분히 경이로운 존재”라고 덧붙였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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