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주변 초고층 빌딩 경관 안전 해친다”…세계유산 삭제 우려

윤창수 기자
수정 2026-02-13 07:35
입력 2026-02-13 07:35
건국대 세계유산학과 ‘도시 유산에 대한 경관적 접근법’ 발표
세운상가 재개발이 세계유산인 종묘의 경관을 해치는지를 두고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이 대립하는 가운데 고층 건물이 유산의 시각적 완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학계 의견이 나왔다.
한국도시지리학회지에 최근 실린 ‘도시 유산에 대한 경관적 접근법 적용’ 논문은 유산을 하나의 경관으로 인식하는 접근법을 통해 종묘와 다른 세계 대도시 유산의 사례를 비교했다. 이 논문은 건국대 세계유산학과의 장동원 석사와 김숙진 교수가 작성했다.
조선 역대 왕조의 신위를 모신 사당인 종묘는 1995년 우리나라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종로구 세운상가는 2006년 오세훈 시장이 처음 재정비 촉진지구로 지정했으며, 2021년 오 시장의 복귀와 함께 수정계획안이 마련돼 2024년 6월 고시됐다.
세운 재정비 촉진지구는 약 43㏊(약 13만평)로 축구장 60개가 들어갈 수 있는 면적이며 7개 동으로 구성된 현재의 세운상가는 모두 철거 예정이다.
이후 최대 203m, 최고 54층 높이의 용적률 1555%인 고층건물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되면 유산의 시각적 안전성이 크게 훼손된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특히 1994년 종묘가 유산 등재 신청서를 제출하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공식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당시 “종묘 주변 고층 건축물 개발 계획은 승인되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2019년 준공된 을지트윈타워와 2023년 완공한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은 각각 지상 20층과 27층 규모로 종묘 내부에서 바라보는 시각 안전성을 위협한다고 논문은 진단했다.
이들 건물은 서울시의 고도 제한 원칙을 따랐지만, 종묘 정전에서 상월대를 바라볼 때 종묘를 두르고 있는 수목선 위로 건물이 올라온다.
이런 문제는 종묘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당시 경관을 보호하기 위한 주변 완충구역이 명확히 설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
특히 역사 문화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완충구역 범위는 500m가 원칙이지만 서울시는 100m로 규정했다.
현재 문제가 되는 세운 재정비 촉진지구의 고층 건물은 종묘에서 100m 범위 밖이기 때문에 완충구역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세운상가 재개발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외부에서 이뤄지므로 국가유산청의 심의 대상이 아니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본 논문은 2009년 독일 드레스덴의 엘베 계곡과 영국 리버풀 등이 종묘와 비슷하게 경관 훼손으로 인해 세계유산 목록에서 삭제된 사례를 제시했다.
엘베 계곡에는 교량이 건설됐고, 리버풀은 부두와 해안선을 따라 총길이 2㎞의 구역이 재개발되면서 해양무역도시란 기존 등재기준이 훼손됐다.
논문은 이와 같은 사례가 “유산 보존과 도시 개발의 관계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인식이 세계유산 보존 과정에서 문제를 낳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논문은 “세운 4구역을 포함해 고층 건축물의 사업시행 계획이 인가되었으나 실제 공사를 시작하지 않은 구역이 있다”면서 “유산 보존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창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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