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인이 공학으로 유명하다고?”…고리 툭 끊어진 금메달

박성국 기자
수정 2026-02-09 16:13
입력 2026-02-09 16:13
코르티나담페초 AP 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산맥에 맞닿은 코르티나담페초 토파네 알파인스키 센터. 미국은 이곳에서 열린 여자 스키 활강 종목에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첫 금메달을 캤지만, 선수와 팬들 모두 마냥 웃지만은 못했다.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브리지 존슨(30) 역시 기쁨의 웃음 뒤에 슬픔의 눈물이 교차했다. 2000~2010년대 스키 국제 무대를 제패했던 대표팀 선배 린지 본(42)이 이번 대회에서 왼쪽 다리뼈가 부러지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존슨은 이날 6번째 주자로 슬로프에 올라 무서운 기세로 활강을 펼쳤다. 협곡을 과감하게 내달렸고, 점프도 거침없었다. 그가 결승선을 통과할 때 전광판에는 1분 36초 10이 찍혔다. 6명의 선수 중 가장 빠른 기록이었다.
존슨은 결승 지점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 화면을 지켜보며 곧이어 출발할 13번 주자 본의 경기를 기다렸다. 본은 우상인 동시에 넘어야 할 큰 산이었다. 그러나 존슨은 본이 출발한 지 약 13초 만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고개를 떨궜다. 첫 점프 구간에서 균형을 잃은 본이 경사로에 나뒹굴며 크게 다치면서다. 본은 현장 응급 헬기로 이송돼 인근 병원에서 골절 진단을 받았다.
존슨 역시 2022 베이징 대회를 앞두고 부상으로 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경험이 있는 터라 2019년 은퇴 이후 화려한 복귀를 노렸던 본의 부상이 남 일 같지 않았다. 그는 금메달이 확정된 직후엔 제자리에서 껑충껑충 뛰며 기뻐했지만, 기자회견장에서는 본의 상태부터 챙겼다. 존슨은 “본의 고통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올림픽을 위해 싸워 온 그의 꿈이 무너졌다. 신체적인 걸 넘어 정신적인 고통도 아주 클 것”이라고 걱정했다.
존슨은 여느 메달리스트와 달리 금메달을 목에 걸지 않고 주머니에 넣은 채 회견장에 등장했다. 메달과 리본을 연결하는 고리 부분이 파손돼 분리됐기 때문이었다. 존슨은 메달과 리본을 각각 주머니에서 꺼내며 “이탈리아 사람들이 공학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누군가가 고쳐주지 않을까”라며 유쾌하게 반응했다.
파손 헤프닝에도 존슨에게 이번 금메달은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2017년 왼쪽 다리 골절 부상을 극복하고 이듬해 평창 대회로 첫 올림픽 무대에 올랐던 그는 평창 대회 이후엔 왼쪽 무릎 부상으로 22개월이나 치료와 재활에 시간을 써야 했고, 2023~24시즌엔 도핑 규정 위반으로 14개월 출전 정지 징계까지 받으면서도 불굴의 의지로 올림픽 최정상에 섰다. 다만 징계는 금지 약물 복용이 아닌, 불시 검사를 위한 위치 보고를 3회 이상 빠뜨렸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박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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