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사망원인 불분명한 한국전쟁 희생자 진실규명 신청, 재조사 없이 각하는 위법”

김희리 기자
수정 2026-02-08 10:50
입력 2026-02-08 10:50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한국전쟁 희생자와 관련해 사망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없이 진실규명신청을 각하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 양순주)는 지난해 11월 26일 A씨 유족이 진실화해위를 상대로 낸 이의신청 기각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진실화해위가 지난 2024년 11월 A씨에 대해 내린 진실규명결정에 대한 취소 결정은 정당하되, 각하 결정은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A씨 유족은 A씨가 1950년 한국전쟁 시기 보도연맹 사건으로 행방불명됐다며 지난 2020년 12월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보도연맹은 1949년 이승만 정부가 좌익 인사의 교화·전향을 위해 만든 조직으로 6·25 전쟁 발발 이후 군·경의 집단학살 대상이 됐다.
사건을 조사한 진실화해위는 2023년 11월 ‘A씨가 보도연맹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대전에서 군경에 의해 희생됐다고 판단된다’는 취지의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듬해 A씨가 1951년 1월 고등군법회의에서 국방경비법 위반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다는 판결문이 확보됐고, 진실화해위는 기존 결정의 사실관계가 틀렸다고 보고 결정 취소 및 각하 처분했다. 유족들은 이에 불복해 소를 제기했다.
법원은 진실화해위가 기존 결정을 취소한 것은 타당하지만 재조사를 통해 진상규명 불능 여부를 살피지 않고 그대로 각하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A씨가 실제 해당 판결의 집행으로 사망했다고 단정 짓기 어렵고, 유족의 진실규명 신청 내용이 그 자체로 허위라고 볼 수도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이 사건 판결에는 판결이유가 생략된 점, 출소자 명단에 출소 원인으로 ‘사망출소’와 ‘사형출소’가 구분돼 기재됐는데 A씨는 ‘사망출소’한 것으로 기재가 돼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A씨가 이 사건 판결의 집행으로 사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A씨가 1950년 7월 초 지서에 감금된 채 구타당한 모습을 가족들이 봤다는 유족의 진술, A씨의 형제가 대전에서 군경에 의해 희생된 점, 1950년 전후로 민간인들이 좌익활동에 가담했다는 오인을 받아 즉결 처형되거나 군법회의에 회부되는 일이 다수 존재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유족들의 신청 내용이 명백히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희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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