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종차별 논란 “사과 안 해”… ‘원숭이 오바마 부부’ 영상은 삭제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수정 2026-02-07 18:12
입력 2026-02-07 14:07
지난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영상 속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를 원숭이로 묘사한 장면. 트럼프 대통령 트루스소셜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 얼굴을 원숭이에 합성한 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려 논란이 인 것과 관련, 사과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을 떠나 플로리다 마러라고 별장으로 가는 에어포스원 전용기에서 기자들로부터 ‘문제가 된 영상을 올린 것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아니다. 나는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서 “나는 시작 부분(부정선거 주장)이 마음에 들었고, 그것을 봤으며, 그냥 공유”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투·개표기 업체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이 2020년 대선 결과를 조작했다는 주장을 담은 영상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1분짜리 영상의 말미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 부인 미셸 여사의 얼굴이 원숭이에 합성된 모습이 등장했다. 영상에서 원숭이 몸을 한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는 영화 ‘라이온 킹’ 삽입곡 ‘더 라이언 슬립스 투나잇’(The Lion Sleeps Tonight)의 배경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을 희화화한 영상을 직접 공유한 것 자체도 논란이지만,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원숭이와 합성한 점이 거센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흑인을 원숭이에 빗대는 것은 노예제도 시기 흔히 쓰인 인종차별적 표현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영상의 “첫 부분만 봤다”며 “투표 사기에 관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끝까지 보지는 않았다. 끝부분에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어떤 장면이 있었던 것 같다”며 “나도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팜비치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2.6 AFP 연합뉴스


그는 “(첫 부분만 본 뒤) 나는 그것을 (SNS 계정을 관리하는) 사람들에게 넘겼다. 보통 그들은 전체를 보지만, 누군가는 그러지 않았던 것 같고, 그것을 게시했다”고 했다. 또 “우리는 그걸 알자마자 내렸다”며 필요한 조치를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 중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하한 부분을 ‘규탄’(condemn)하느냐는 질문에 “물론 그렇다”고 답했다.

앞서 문제의 영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SNS에 올라온 것이 알려진 후 민주당 인사들은 즉각 반발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측은 대변인실 계정을 통해 “역겨운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측근이자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벤 로즈도 엑스에 “앞으로 미국인들은 오바마 부부를 사랑받는 인물로 기억할 것이고, 트럼프는 역사에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인종차별적이며 비열하고 혐오스럽다”면서 “버락 오바마와 미셸 오바마, 두 위대한 미국인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2.5 로이터 연합뉴스


백악관은 당초 과도한 반응이라고 평가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언론에 보낸 성명에서 “이 영상은 트럼프 대통령을 정글의 왕으로, 민주당 정치인들을 라이언킹 캐릭터로 묘사한 인터넷 밈 영상”이라며 “가짜 분노는 그만두고 미국 국민들에게 실제로 중요한 일들을 보도해달라”고 받아쳤다.

하지만 이후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나오자 결국 해당 게시글은 삭제됐다. 백악관 관계자는 “직원이 실수로 해당 게시글을 올렸으며 현재는 삭제됐다”고 해명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의 흑인 상원의원인 팀 스콧이 엑스(옛 트위터)에 “그것이 가짜이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적어 비판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 “나는 스콧과 얘기했다. 그는 그것을 100% 이해했다”고 전한 뒤 “나는 여러분이 오랫동안 가져온 대통령들 가운데 가장 인종 차별적이지 않은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이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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