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부 장관이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특파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워싱턴DC 임주형 특파원
미국을 방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으로부터 한국 통상 관련 협의 이행과 관련해 미국 측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한국이 고의로 대미투자특별법 입법을 지연시키는 게 아니라고 미국 측에 설명했다. 정부는 미국 하원이 쿠팡 문제에 대해 공식 조사에 착수한 건 쿠팡의 로비로 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조 장관은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특파원단과 진행한 간담회에서 미국 측과 접촉한 결과를 전했다. 루비오 장관은 전날 조 장관과의 회담에서 “한미 관계가 나쁜 상황은 아니지만 통상 관련 공약 이행과 관련해 미국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우리 정부의 합의 이행 의지는 확고하며, 일부러 법안 처리를 늦추는 등 고의적인 지연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전날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도 한미 관세 합의 이행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조 장관은 “그리어 대표는 (한국에 대한) 관세 재인상이 초래할 수 있는 파장을 이해하지만, 한국이 (대미) 전략투자뿐 아니라 비관세 장벽 관련한 사안에서도 진전된 입장을 조속히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조 장관과 루비오 장관의 회담에선 쿠팡을 암시하는 듯한 언급이 있었다고 회담 상황을 잘 아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쿠팡은 외교 사안이라기보다는 특정 기업이 미국에서 로비를 해서 빚어지는 일”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미 연방 하원이 쿠팡 측을 불러 청문회를 개최하는 것에 대해선 “쿠팡 측의 로비를 받은 미 의회가 사안을 이렇게 다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미 공화당 소속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과 스콧 피츠제럴드 규제개혁·반독점 소위원장은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에게 소환장을 발부하고 오는 23일 법사위에 출석해 증언하라고 명령했다. 미 법사위는 로저스 대표에게 지난 6년간 한국 대통령실·정부·국회와의 통신 기록 일체도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을 발표한 것에 대해선 “(한국의 이행 상황에 대해 미국 내) 불만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한미) 외교당국 간 공식 협의를 거치지 않아 과거와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좀 달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조 장관이 루비오 장관에게 “덜컥 관세인상 발표를 해버리면 양국 관계, (대미) 투자에 필요한 국내 조치를 취하는 데 오히려 어려움이 생긴다”고 지적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미국 측은 관세 인상 시점에 대해선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미국도 한국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지만, 의도적으로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타임라인을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한국의 조속한 조치를 우회적으로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미국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도하기 위해 조만간 진전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고위 관계자의 전망도 나왔다. 조 장관의 방미를 계기로 한국 정부가 미국 측에 북한과 관련한 전향적 조치를 요청했고, 미국 정부가 긍정적인 입장을 취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이 관계자는 “단초가 될 수 있는 성의 차원으로 북미 대화까지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