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청춘 돌려줘” 대구희망원 24년 강제수용 피해자에 ‘국가배상 13억원’

민경석 기자
수정 2026-02-05 17:32
입력 2026-02-05 17:32
대구시립희망원에 강제수용됐다가 24년 만에 퇴소한 60대에 대해 법원이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대구지법 민사12부(부장 김태균)는 대구시립희망원 강제입소 피해자 전봉수(60)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5일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국가가 원고의 청구액 위자료 18억 8800만원 중 1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소송 비용의 3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 측이 부담하도록 결정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대구시립희망원에 강제로 수용된 사실이 증거에 의해 인정된다”며 “원고의 의사를 확인해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수용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전씨가 강제수용된 기간에 별도 시설에 감금되거나 감시 통제를 받았으며,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근로를 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 밖에도 신체와 거주이전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됐다는 점도 받아들여졌다.
이에 국가 측은 전씨가 대구희망원에 자발적으로 입소했을 가능성이 크고 노숙인이라 희망원에 입소하는 게 불가피했다는 주장을 펼쳤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씨의 소송대리를 맡은 강수영 변호사는 재판 직후 “국가가 노숙인이나 부랑이라는 이유만으로 강제수용하는 것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장애인에 대한 국가의 보호 의무에도 불구하고 전씨를 연고가 없는 가족이라고 섣불리 단정 짓고 20년 넘게 강제수용했던 국가의 불법 행위를 인정하며 엄정한 판결을 내려준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전씨는 선고 직후 “아직 얼떨떨하면서도 내 청춘을 돌려달라고 하고 싶다”며 “누나가 있는 고향 천안에 가서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전씨는 1998년 천안역에서 납치돼 대구시립희망원에 강제수용됐다. 그는 희망원에서 집단생활을 하며 종이가방 등을 만드는 일을 했다. 도망치다 붙잡히면 독방에서 생활하는 벌을 받기도 했다. 그런 전씨가 희망원에서 벗어나 세상으로 나오는 데 24년이 걸렸다. 이후 전씨는 2022년부터 자립생활주택에 살면서 활동가들의 도움을 받아 가족을 되찾았다.
대구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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