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 공격’ 퍼붓자 췌장암 세포가 사멸했다… ‘칵테일 요법’ 쥐실험 성공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수정 2026-02-06 22:08
입력 2026-02-05 17:19
췌장암 세포의 이미지. 미국 국립보건원(NIH) 제공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며 최악의 생존율로 환자들의 목숨을 빼앗는 췌장암 치료법 연구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스페인 국립암연구센터(CNIO) 연구진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한 논문에서 삼중 병용요법으로 실험실 쥐의 췌장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췌장암의 약 90%에서 발견되는 KRAS 유전자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삼았다. 세포의 성장과 분열을 조절하는 KRAS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돌연변이가 활성화되면 세포가 무한 증식한다. KRAS 유전자 돌연변이는 폐암 환자의 약 10~20%, 췌장암 환자의 90% 이상에서 확인된다.

KRAS 유전자 돌연변이는 치료하기가 까다로운 것으로 오랜 기간 알려져 왔다. 최근 이를 제어하려는 시도가 여럿 나왔는데 스페인 연구진은 삼중 병용요법, 즉 3종류의 약물을 함께 쓰는 이른바 ‘칵테일 요법’을 시도했다.

이 치료법은 암세포의 생존 경로 3가지를 동시에 차단해 종양의 발달과 치료 저항성을 약화한다. 연구진은 이미 폐암 치료제로 승인된 아파티닙과 실험적인 KRAS 억제제인 다락손라십, 단백질 분해제 등을 결합해 KRAS의 한 지점이 아닌 3단계를 표적으로 삼았다.



‘침묵의 살인자’ 췌장암 자료 이미지. 픽사베이


마리아노 바르바시드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3종류의 실험용 쥐를 마련했다. 첫 번째는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도록 한 유전자 조작 쥐, 두 번째는 인간의 췌장암 조직을 췌장에 이식한 쥐, 세 번째는 실험실에서 배양한 췌장암 세포를 췌장에 이식한 쥐였다.

삼중 병용요법은 성공적이었다. 세 가지 유형의 실험용 쥐 모두에서 암세포가 제거됐으며, 유의미한 부작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할 만큼 실험이 성공적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이들은 논문에서 “이번 연구는 췌장관 선암(가장 흔한 췌장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복합 치료법을 개발하는 길을 열어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몇 가지 한계점은 지적됐다. 실험에 사용된 쥐들이 어리고 건강한 상태였는데, 현실에서 췌장암 환자들은 그렇지 않다. 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동물 실험과 달리 넘어야 할 벽이 아직 많다.

췌장암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소화불량이나 복부 팽만감은 췌장암의 경고 신호다. 그 밖에 흔한 증상으로는 식욕 감소, 피로감, 열, 메스꺼움, 구토, 설사나 변비 등이 있다.

췌장암 증상. 서울신문 그래픽 DB.


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약 16% 내외로 예후가 매우 나쁜 암이다. 대부분 암이 진행된 후에 발견되기 때문에 발견 당시 수술 절제가 가능한 경우가 20% 이내이고, 맨눈으로 보기에 완전히 절제되었다 하더라도 미세 전이에 의해 생존율 향상이 적으며 항암제 및 방사선 치료에 대한 반응이 낮기 때문이다.

췌장암을 예방하기 위한 뚜렷한 예방 수칙이나 권고 기준은 없지만, 위험 요인으로 알려진 것들을 일상생활에서 피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흡연자가 췌장암에 걸리는 확률이 비흡연자보다 2~5배 높고 다른 기관에 암이 생길 확률도 높아지므로 금연은 필수적이다. 고지방, 고열량 식사를 피하여 비만을 방지하고, 과일과 채소를 중심으로 하는 식생활 개선과 적당한 운동도 암을 예방하는 좋은 습관이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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