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탈핵 비상시국’”…환경단체들 정부 압박 예고

반영윤 기자
수정 2026-02-05 14:32
입력 2026-02-05 14:32

환경단체들 5일 ‘탈핵 비상시국’ 선포
“군대·총칼의 위협만이 비상 아니야”
오는 12일 ‘집중 항의의 날’ 공동 행동
부산 기장군 등 청사 방문해 항의 예정

노진철(가운데)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가 5일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노 공동대표는 정부가 지난달 확정한 신규 핵발전소 추가 건설 계획을 두고 “민주 의사 결정과 사회 안정을 훼손하는 폭거”라고 비판했다. 반영윤 기자


정부가 지난달 신규 핵발전소 추가 건설 계획을 확정하자 환경·시민단체들이 ‘탈핵 비상시국’을 선언하며 반발했다. 탈핵시민행동은 5일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은 핵위험으로부터 우리의 생명과 존엄, 미래를 지켜야 할 비상시국”이라며 대규모 집회 등 시민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은정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군대와 총칼로 시민을 위협하는 것만이 비상시국은 아니다”라며 “핵발전소 설치 지역 주민들이 에너지 식민지로 전락해 불평등한 삶을 강요받고, 미래의 안녕을 저당 잡힌 채 살아가는 현실 자체가 비상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이나 환경 여건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핵발전 건설을 강행하는 것은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반영된 신규 원전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 원전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80%를 넘었고,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서도 60% 이상이 찬성했다”며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탈핵비상시국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탈핵”을 외치고 있다. 반영윤 기자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김 장관이 근거로 제시한 여론조사와 정책 결정 과정이 충분한 공론화를 거치지 않은 ‘졸속 추진’이라고 반박했다. 노진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단 두 차례의 토론회와 여론조사만으로 정책의 정당성이 확보된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민주 의사 결정과 사회 안정을 훼손하는 폭거”라고 비판했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현 정부는 대한민국 헌법이 명시한 다음 세대 보호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고 했다. 헌법 전문엔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한다”고 적혀 있다. 장 활동가는 “제주 해녀가 꿈이던 11살 딸은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 당시 핵발전의 문제점을 알게 됐다”며 “주권자에게 위임 받은 정치 권력으로 어린이의 생존과 안전을 위협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150여개 환경·시민단체가 참여했다. 이들은 ▲제11차 전기본에 따른 신규 핵발전소 부지 공모와 유치 절차를 백지화할 것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포함해 제12차 전기본의 문제점에 대한 공론을 형성할 것 ▲시민사회 주도 탈핵 의제를 재형성할 것 등을 목표로 ‘탈핵 비상행동’을 이어가기로 의결했다.

구체적으로 오는 12일을 ‘집중 항의의 날’로 정하는 한편, 현재 신규 핵발전소 유치를 계획하는 부산 기장군·울산 울주군·경북 경주시 청사를 찾아 항의 행동을 벌일 예정이다. 또 후쿠시마 원전 사고 15년을 맞는 다음 달 11일엔 탈핵 선언대회를 열고 탈핵 미사, 선언대회, 청와대 인간띠잇기 등 대규모 시민 행동을 예고했다.

반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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