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국세청, 체납액 줄이려고 1조 4000억 부당 탕감”

백서연 기자
백서연 기자
수정 2026-01-13 00:49
입력 2026-01-12 22:23

국세 체납징수 감사 결과 공개

‘부실 관리’ 비판 피하려고 축소
각 지방청에 감축 목표까지 할당
고액 체납자들 소멸 시효 앞당겨
명품 가방·와인 등 압류품 돌려줘
국세청 세종청사. 국세청 제공


국세청이 ‘부실 관리’ 비판이 우려된다면서 누적 체납액을 줄이고자 1조 4000억여원의 체납 세금을 부당하게 탕감해준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밝혀졌다. 감사원은 12일 이런 내용의 ‘국세 체납징수 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2020년 10월 기준 임시 집계한 누적 체납액이 122조원 규모로 확인되자 부실 관리 비난이 우려된다며 ‘100조원 미만’으로 축소하기로 계획했다.


이후 국세청은 각 지방청에 누적 체납액 감축 목표(20%)를 일률적으로 할당했고, 국세채권 소멸시효 기산점을 법령에 따른 ‘압류해제일’이 아닌 ‘추심일’·‘압류일’ 등으로 임의 적용했다. 법적으로 정해진 소멸 기준일을 앞당기는 방식으로 부당하게 체납 세금을 탕감해준 것이다. 이렇게 해서 국세청은 2021~2023년 3년 동안 총 1조 4268억원의 국세 채권을 위법하게 소멸시켰다.

심지어 국세청은 체납액 축소 실적이 우수한 직원은 성과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줬고, 실적이 부실한 곳은 순위를 매겨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는 일선 세무서에서 “소급 압류해제는 부당하다”는 의견까지 올라왔으나 국세청은 묵살했다.

특히 고액 및 재산은닉 혐의자는 중점 체납 관리 대상인데도 국세청은 지방청에 별도로 점검을 지시한 뒤 고액 체납자 1066명의 체납액 7222억 원에 대해 임의로 소멸시효가 지난 것으로 처리했다. 이 중에는 명단공개·출국금지·추적조사 등 ‘중점 관리’ 대상이 된 체납자 289명(체납액 2685억 원)도 포함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서울국세청은 체납자가 요구하면 압류도 풀어준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 기준 209억원을 체납한 체납자는 출국금지를 당하고 명품가방 30점, 와인 1005병을 압류당했다. 하지만 재차 압류 해제를 요구하자 2022년 서울청은 이를 수용해 와인들까지 모두 돌려줬다.

반면 국세청은 소액체납자들에게는 가혹했다. 체납액 500만원 미만의 소액체납자의 압류 실태를 감사원이 점검한 결과 1만 7545건은 공매 등 절차 없이 5년 이상 장기 압류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체납자의 재산을 압류한 뒤 공매 실익이 없으면 압류를 해제해야 하지만 이를 장기간 방치해둔 것이다.

감사원은 국세청장에게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압류·출국금지 해제 업무를 잘못 처리한 관련자들에 대해선 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또 소액체납자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주는 일이 없도록 강제징수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백서연 기자
2026-01-1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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