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발 쓰고 목선 탑승… 마차도 목숨 건 탈출에 美 F-18 엄호

윤창수 기자
수정 2025-12-12 00:04
입력 2025-12-12 00:04
WSJ가 전한 ‘오슬로 상륙작전’
노벨상 수상 위해 은신처에서 출발10시간 동안 10차례 軍검문소 통과
미국 조력 속 배 타고 카리브해 건너
지인 제공한 전용기로 노르웨이行
“마두로 상관없이 고국에 돌아갈 것”
오슬로 AFP 연합뉴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시상식이 열린 노르웨이 오슬로에 도착해 11일(현지시간) 새벽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오슬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의 조국은 곧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나라가 될 것”이라면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집권 여부와 관계없이 고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전날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던 마차도는 고국에서 노르웨이까지 목숨을 걸고 이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국에서 체포령이 떨어진 마차도가 오슬로까지 오는 영화 같은 탈출기를 소개했다. 탈출 과정은 노벨위원회조차 시상식이 시작 전까지 알지 못할 정도로 극비리에 진행됐다.
마차도는 지난 8일 시상식 참석을 위해 가발 변장을 하고 2년 가까이 숨어 지내던 은신처를 떠났다. 10시간 동안 10차례 군사 검문소를 통과하며 체포망을 피한 그는 한 해안마을에 도착해 작은 목선을 타고 카리브해의 네덜란드 자치령 퀴라소에 닿았다. 당시 목선은 거센 풍랑으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고 WSJ는 전했다. 이 바다는 최근 3달 동안 미군이 마약 밀수선을 단속하며 20여 척을 폭격해 80명이 사망한 위험 지역이기도 했다.
마차도가 해상을 건너던 시점에 미국은 F-18 전투기 두 대를 베네수엘라만에 투입해 약 40분간 근접 선회 비행을 하기도 했다. 9일 오후 3시쯤 퀴라소에 도착한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파견한 인사의 영접을 받았다. 퀴라소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미국 마이애미의 지인이 제공한 전용기를 타고 오슬로로 향했다. 그는 비행기에 오르기 전 이번 여정에 ‘목숨을 걸고 애써준 많은 이들에게 감사하다’는 짧은 음성메시지를 남겼다. 험난했던 여정은 악천후로 일정이 지연되면서 시상식에는 딸 아나 코리나 소사가 대신 참석했다.
이날 오슬로 시내의 한 호텔 앞에서 마차도는 “여러분 모두 베네수엘라로 돌아오면 좋겠다”고 말했고, 지지자들은 그의 오슬로 입성을 환영했다. 마차도가 대중 앞에 선 건 지난 1월 카라카스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 후 11개월만이다. CNN이 이날 ‘마두로 정부가 어디에서 숨어 지냈는지 알고 있었냐’고 묻자 마차도는 “그들이 제 행방을 알았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만약 알았다면, 그들은 제가 여기 오는 걸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미국을 직접 언급하거나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카리브해 지역에서의 행동에 대해 논평하지는 않았다.
윤창수 전문기자
2025-12-1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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