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한 희생 기억하겠습니다”… 마지막 헌신을 가슴에 품고 뛴 55㎞

강동삼 기자
강동삼 기자
수정 2025-12-01 15:10
입력 2025-12-01 15:10

1일 故 임성철 소방장 2주기 추모 메모리얼 트레일 러닝
소방관 13명, 고인 마지막 근무지 표선119센터서 출발
고인이 잠든 호국원까지 55㎞… 스텝 11명과 동행

제주소방 트레일러닝 동호회 ‘온 트레일’은 1일 임성철 소방장 순직 2주기를 맞아 표선119센터 옛 청사에서 제주국립호국원까지 달리는 메모리얼 트레일러닝을 하고 있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제주소방 트레일러닝 동호회 ‘온 트레일’은 1일 임성철 소방장 순직 2주기를 맞아 표선119센터 옛 청사에서 제주국립호국원까지 달리는 메모리얼 트레일러닝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당신의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


12월 첫 새벽, 아직 어둠이 짙게 깔린 차가운 공기 속에서 13명의 소방관이 조용히 몸을 풀었다. 옛 표선119센터. 2년 전 오늘, 화재 현장으로 달려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동료 고(故) 임성철 소방장이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곳이다.

이날 13명의 소방관들은 고인이 남긴 숭고한 희생을 가슴에 품고 55㎞의 길을 달렸다. 그의 마지막 출동, 마지막 헌신을 기억하며 뛰었다.

제주소방 트레일러닝 동호회 ‘온 트레일’은 1일 임 소방장 순직 2주기를 맞아 표선119센터 옛 청사에서 제주국립호국원까지 달리는 메모리얼 트레일러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새벽 5시 20분 옛 청사를 출발해 가시리와 수망리, 사려니숲길과 절물조릿대길을 지나, 관음사 탐방안내소를 거쳐 제주국립호국원에 이르렀다. 최종 도착지인 제주국립호국원에 다다른 시간은 오후 1시 40분. 8시간 19분 53초 만에 도착했다. 스텝 11명이 곁에서 도왔다.

호국원에 도착한 소방관들은 고인의 묘역 앞에서 조용히 헌화하고 묵념했다. 55㎞를 달려온 숨은 거칠었지만, 묵념의 순간은 더없이 고요하고 단단했다.

제주소방 트레일러닝 동호회 ‘온 트레일’은 1일 임성철 소방장 순직 2주기를 맞아 추모 메모리얼 트레일러닝 행사를 열었다. 사진은 제주국립호국원에서 임 소방장에게 헌화하고 묵념을 준비하는 모습.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고 임성철 소방장 추모 메모리얼 트레일런 행사 후 기념촬영.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온트레일 대표인 119특수대응단 임홍식 소방장은 “소방 동료로서 잊고 싶은 그날의 기억이지만, 결국 잊지 말아야할 그 숭고한 희생”이라며 “임 소방장 외에 제주지역 안전을 위해 헌신하신 12명의 순직 소방공무원 있는데 모두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라고 밝혔다.

임 소방장은 지난 2023년 12월 1일 새벽, 서귀포시 표선면의 한 감귤창고 화재 현장으로 출동했다. 인근에 있던 80대 노부부를 먼저 대피시킨 뒤, 건물 앞에서 화재 진압에 나섰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콘크리트 외벽 붕괴로 처마 잔해가 머리를 덮쳤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순직했다.

고인의 장례는 제주도장(葬)으로 엄수됐고 정부는 소방교에서 소방장으로 1계급 특진,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그리고 2023년 12월 5일 국립제주호국원에 안장됐다.

누구보다 앞에서 뛰던, 그야말로 ‘현장에서 끝까지 버틴 소방관’. 그의 2주기를 동료들은 달리며 추모했다.

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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