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침수피해 참고 살아야 하나”…성난 주민들 ‘대책마련’ 촉구

홍행기 기자
수정 2025-07-20 20:10
입력 2025-07-20 14:19
광주 북구 신안교 인근 주택·상가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
이면도로마다 물에 젖은 살림살이 산더미…벌써부터 악취까지
문인 북구청장, 현장 온 김민석 총리에 ‘특별재난지역 지정’ 건의
“장사를 어떻게 해요? 살림살이가 몽땅 물에 젖은데다 도무지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지 엄두도 안나는데?”
20일 오전 북구 신안교 인근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김경임씨는 가게 한 켠에 쌓아놓은 미용용품과 가재도구, 이부자리를 가리키며 “오늘 아침 군인들이 도와줘서 물건을 밖으로 빼내기는 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기만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7일 허리까지 차올랐던 빗물이 빠져나간 미용실 내부는 온통 흙으로 뒤덮였고, 이곳 저곳 구석에 닥치는대로 쌓아 둔 가재도구에서는 벌써부터 악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긴 빗자루로 가게 내부 쓰레기를 쓸어내던 김씨는 “썩는 냄새가 나서 가게에 들어가지도 못한다”며 “비만 오면 침수되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무언가 확실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안교 일대는 지난 17일 극한호우가 퍼부으면서 한 때 빗물이 성인 허리춤까지 차오를 정도로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빗물은 곧바로 빠져나갔지만, 온갖 오물이 뒤섞인 비에 침수된 주택과 가게, 상가의 피해는 주민 한숨거리로 남았다.
좁은 이면도로에 집안 가재도구를 쌓아둔 채 흙 묻은 세탁기를 씻어내고 있던 김두권(56)씨는 “쌓아둔 살림살이들은 물에 젖고 오염돼 사실상 쓰레기나 다름없다”며 “이틀째 집안 정리를 하고 있지만 남아 있는게 거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광주시 북구 신안동에 있는 신안교는 집중호우 시 극심한 수해가 발생하는 곳으로, 지난 2020년에도 물난리로 피해를 봤던 곳이다.
문인 북구청장은 이날 김민석 국무총리가 신안교 일대 집중호우 피해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광주 북구 전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문 구청장은 “북구가 가진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수해 복구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자치구의 한정된 인력과 재정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정부의 특별재난지역 지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북구는 지난 2020년 8월, 100년 빈도의 집중호우로 140억여 원의 재산피해를 입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으며, 당시 국비 116억여 원을 지원받은 바 있다.
광주 홍행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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