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구하려다…” 대피소 안 가고 차 돌린 영양군 이장 숨져
윤예림 기자
수정 2025-03-26 11:47
입력 2025-03-26 11:47
경북 북동부지역을 휩쓴 화마에 고령의 노인들 인명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경북 영양군에서 이장 가족이 고립된 주민을 구하기 위해 불길이 치솟는 마을로 돌아가다 숨졌다는 증언이 나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26일 영양군에 따르면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 이장 내외와 처남댁이 전날 오후 8시쯤 도로 옆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멀지 않은 곳에 다 타버린 자동차도 있었다.
50~60대인 삼의리 이장 내외는 화매리에 사는 60대인 처남댁을 차에 태우고 대피소 방향이 아닌 불길이 치솟는 삼의리로 다시 향했다가 화마에 휩싸였다.
부부가 택한 길은 대피장소로 지정됐던 석보초등학교와는 정반대 방향이었다. 당시 이미 도로에는 불씨가 골바람을 타 불바람이 불고 있었고, 도로 양쪽에 쌓인 낙엽은 불쏘시개가 됐다.
주민들과 행정기관 관계자는 이장이 다른 주민도 구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한다. 석보면사무소 한 관계자는 “삼의리 주민도 대피시키려고 돌아가던 중에 그렇게 된 것 같다”며 “통신이 끊어지기 시작하니 직접 마을을 돌려고 하신 거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6시쯤 영양군 석보면 일대에는 정전이 발생해 화매리, 삼의리 등에 무선통신이 끊기기 시작했다.
전날 석보면 화매리의 한 주택에서도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는 60대 여성 시신 1구가 발견됐다.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인근 4개 시군으로 번지면서 산불영향 구역을 추산하지 못할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경북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18명이다.
경찰은 “피해자들의 주 연령대는 60~70대로, 교통사고로 인해 대피를 못 했거나 불이 빨리 번지면서 피하지 못해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현재 조사 중이라서 구체적으로 사고 경위를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윤예림 기자
관련기사
-
중대본 “산불로 24명 사망·26명 중경상”…희생자 눈덩이
-
울산 울주 화재 2㎞까지 접근…부산 장안사 유물 이송
-
천년고찰 고운사 ‘불마귀 재앙’ 전후 모습…잿더미 된 보물 [포착]
-
엿새째 계속되는 산청 산불…지리산 인근 중산리 주민 등 긴급 대피령
-
산림당국 “의성 산불, 하회마을 앞 5㎞ 접근…헬기 투입 진화”
-
아이유 2억·수지 1억…역대급 산불 피해에 연예계 ‘기부 행렬’
-
산불헬기 조종사 사망…“박살 나는 소리 나더니 산비탈에 때려 박았다”
-
우주서도 찍힌 ‘괴물 산불’ 처참…시뻘건 한반도 연기 자욱 [포착]
-
목숨 걸고 불 끄는데…“우리 안쪽이 어쩌라고” 옥바라지 민원
-
오늘 밤부터 기다렸던 비 소식 있지만, 불 끄기엔 턱없이 모자라
-
“생명 지키는 소방관, 우리가 지켜야”…3일 만에 5억 모였다
-
울산 울주 산불, 양산까지 확산… 헬기 2대·인력 130여명 투입 진화 나서
-
의성서 진화헬기 추락 조종사 사망…“전국 산불진화 헬기 운항 중지”
-
산청 산불 지리산국립공원으로 번져…경계선 안쪽 200m·화선 300m
-
안동 산불, 하회마을과 직선거리로 5.4㎞까지 접근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