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추 비용만 5000억+α… 20% 확률까지 뚫어야 ‘2000조 잭팟’

이정수 기자
수정 2024-06-04 07:42
입력 2024-06-04 02:36
동해 유전, 상업화 가능성은
영일만 1㎞ 심해에 매장 가능성가스 75%·석유 25% 비율 추정
2026년까지 지속적 시추 계획
첫 결과는 내년 3~4월에 나올 듯
“성공률 상당히 높은 편” 평가에
“섣부른 기대는 이르다” 지적도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축적된 심해탐사 자료를 미국 액트지오사에 심층 분석해 줄 것을 지난해 2월 요청했고 최소 35억 배럴,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부존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 결과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심해 기술평가 전문기업으로 알려진 액트지오사가 동해 8광구와 6-1광구 일대 자료를 분석해 도출한 시추 성공률은 20%다. 이 관계자는 “상당히 높은 수치”라며 “다섯 공을 시추했을 때 한 공에서 석유·가스가 나올 수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발표는 영일만 앞바다에 상당량의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높다는 ‘추정’이다. 실제 매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부와 석유공사는 올해 말 첫 시추를 추진하며 2026년까지는 지속적으로 시추공을 뚫게 된다. 시추선은 이미 확보된 상태며, 첫 시추 결과는 내년 3~4월에 나올 전망이다.
이정환 전남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비유하자면 현재는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만 한 상황이다. 의사가 혹을 발견했는데 암인지 물혹인지는 조직검사(시추)를 해 봐야 안다”며 “시추 성공률은 10%를 밑돌기도 한다. 탐사 결과가 좋게 나와도 시추는 실패할 수 있기에 성공 확률을 논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성공 확률) 20%가 맞다면 상당히 높은 수치”라면서도 “지난해 영국에서 시추 계획을 승인한 게 100건이 넘는데 그 가운데 상업화까지 갈 유전은 10%도 안 된다”고 했다.
시추를 통해 충분한 석유·가스가 발견된다면 상업화엔 큰 걸림돌이 없을 것이란 분석은 희망적인 대목이다. 포항 영일만에서 38∼100㎞ 떨어진 넓은 범위의 해역에 걸쳐 있는데 모두 한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있다. 한일공동개발협정으로 묶여 있는 7광구처럼 탐사·개발을 위한 협력을 할 필요가 없다. 투자 여건도 가이아나 스타브룩 광구와 비교해 유리하다. 가이아나와 달리 한국은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등이 개발돼 있고 전 세계에서 가스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3국(한중일)이 모여 있어 운반비용 면에서도 유리하다.
8광구와 6-1광구 일대 탐사에 지금까지 들어간 비용은 3억 7000만 달러(약 5100억원)다. 다섯 개 시추공을 뚫는 데엔 5000억원이 추가로 든다. 산업부 관계자는 “초기에는 정부 재정과 석유공사 해외투자 수익금, 해외자원개발 융자금 등을 사용하고 추후에는 해외 메이저기업의 투자 유치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 이정수 기자
2024-06-0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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