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손때/황수정 수석논설위원

황수정 기자
황수정 기자
수정 2024-01-09 02:35
입력 2024-01-09 02:35
제때제때 버릴 줄 아는 사람이 부러울 때가 있다. 쓸모를 저울질해서 간직할 것과 버릴 것을 잘 구별할 수 있는 요령이 내겐 왜 없을까. 소용이 다하거나 효용이 없는 물건도 버리지 못하고 하릴없이 꿰차고 있을 때면 그런 생각을 하고는 한다.

벼르고 별러 찬장 정리를 했다. 맨 위칸에서도 저 안쪽에 차곡차곡 크기대로 쟁여진 접시들. 몇 해 전 그릇을 세트째 사들였던 생각이 그제서야 났다. 까맣게 잊고 세월만 묵히고 있었다. 새 접시들을 한나절만 겨우 꺼냈을 뿐. 십 년도 넘게 쓴 가장자리가 닳아진 접시들을 다시 끄집어냈다. 생활의 땟물이 스민 것들이 손끝에 편하다. 오래된 것들은 모두 정답다.

작가 이태준의 오래된 문장이 떠오른다. 집에 웃어른이 없어 거만스러워지건만, 옷깃을 여미게 하는 한 가지. 자신보다 나이 많은 골동품, 아버지의 연적(硯滴)이라고.


내게도 있으면 좋겠다. 어깨가 흔들릴 때 가만히 잡아 주는, 손때가 세월의 무늬로 반짝거리는 아주 오래된 선생이.

황수정 수석논설위원
2024-01-0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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