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에 학대당할까봐…” 10대 남매 살해한 친부의 변명

이정수 기자
수정 2023-08-30 09:31
입력 2023-08-30 09:28
30일 김해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50대 친부 A씨는 이날 새벽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모친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며 평소 70대 모친 B씨가 A씨의 자녀들을 괴롭히고 학대해 갈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같은 진술이 A씨 본인의 입장일 뿐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앞서 A씨 여동생은 경찰 조사에서 B씨가 손자·손녀를 괴롭힌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A씨는 약 한 달 전부터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자녀들과 마지막 추억을 만들기 위해 범행 전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에 현장학습을 신청했고, 병원을 여러 차례 다니며 수면제를 미리 구했다.
A씨는 범행 전 자녀들과 함께 경남 남해와 부산 등을 오갔으며, 범행 전날에는 부산에 들러 자신이 졸업한 고등학교를 보여주고 호텔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다.
A씨는 경찰 체포 후 진술거부권을 행사해 왔으나, 경찰이 아이들 장례 문제 등을 언급하며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이날 침묵을 깼다.
A씨는 또 경찰 조사에서 혼자 살아남은 것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직 회사원인 A씨는 앞서 지난 28일 새벽 자신의 1t 화물차에 딸 C(17)양과 아들 D(16)군을 태워 김해시 생림면 한 야산으로 간 뒤 남매를 차 안에서 잠들게 한 다음 함께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남매가 다니는 산청군 지역 고등학교와 중학교에서 교사로부터 ‘학생이 등교를 하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을 통해 28일 낮 12시 20분쯤 현장에서 A씨와 두 자녀를 발견했다.
발견 당시 C양은 조수석, D군은 뒷좌석에 쓰러진 상태로 숨져 있었다. A씨는 흉기로 자신의 손목에 자해를 시도했으나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였다. 차 안에서는 캠핑용 LPG 가스통이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수면제를 탄 커피를 자녀들에게 마시게 해 잠을 재우고 자신도 이를 마셨으나 중간에 깨어나는 바람에 자해를 한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대로 B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A씨 진술에 대한 사실관계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이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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