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하늘색 파이프에는 ‘졸졸졸’ 오염수 흐르는 소리만 들렸다

김진아 기자
수정 2023-08-28 15:36
입력 2023-08-28 14:55
도쿄전력, 오염수 방류 후 27일 첫 본지 등 해외 언론에 방류 시설 공개
후쿠시마 공동취재단
27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시설 곳곳에서 들리는 ‘졸졸졸’ 소리에 대해 기자가 묻자 다카하라 겐이치 도쿄전력 폐로커뮤니케이션센터 리스크 커뮤니케이터(소통관)가 이같이 답했다.
하늘색 파이프 등 방류 시설 곳곳에서 희석된 오염수와 바닷물 등이 흐르는 소리를 쉴 새 없이 들을 수 있었다. 이렇게 흐른 오염수는 바다 방류를 위한 1km 길이의 해저터널로 이동하기 전 18m 지하 아래 수조로 모였다. 낮 기온 32도 땡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기자가 서 있던 콘크리트와 거대한 철판 아래 그런 거대한 수조와 많은 양의 오염수가 모여있는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다만 오염수 희석을 위한 펌프 계기판에서 가리키는 숫자가 움직이는 모습, 희석된 오염수가 흐르는 소리 등으로 여기서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는 오염수 방류가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지난 24일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지 나흘째인 이날 도쿄전력은 외국 특파원들을 대상으로 오염수 방류 시설을 공개했다. 오염수 방류 후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한 것으로 방류 시설을 비롯해 오염수 방류를 원격 관리하는 집중관리실까지 살펴볼 수 있었다. 이날 후쿠시마 제1원전을 찾은 외국 언론사는 사전 신청을 받은 본지 외에 미국과 중국 등의 7개 사였다.
다만 실제 ‘오염수’를 눈으로 볼 수는 없었고 보안 문제 등으로 사진 촬영도 제한됐다. 하지만 오염수가 어떤 식으로 방류되는지 그 과정은 차례로 볼 수 있었다. 방류 직전 오염수를 담아둔 탱크 10기씩 모아둔 A, B, C 탱크군 가운데 B 탱크군의 방류가 24일부터 진행 중이다.
한 개 탱크군을 방류하기 위한 작업에는 3개월 정도 시간이 걸린다. 700배 이상의 바닷물을 희석하고 트리튬 외에 세슘 등 29종의 핵종을 기준치 이하로 낮췄는지 검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다카하라 소통관은 “현재 C 탱크군을 검사 중으로 이 검사가 완료되면 B 탱크군 방류를 완료한 후 C 탱크군의 처리수를 방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후쿠시마 공동취재단
특이한 점은 이 4개의 모니터 앞에는 열쇠로 잠겨진 스위치가 있었는데 바로 오염수 방류를 개시 및 정지하는 장치였다. 다카하라 소통관은 이 장치를 가리키며 “현재 방류 중이니 (스위치가) 오픈으로 돼 있는 상태”라며 “자동으로 방류 차단 및 개시를 한 뒤 사람이 직접 열쇠를 돌려 (방류 개시 및 중단을) 조작하는 이중 조작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도쿄전력이 이날 취재진에 계속해서 강조한 것은 오염수 방류 과정의 안전성이었다. 희석된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 수조에서 500㎖ 패트병 1개 분량을 채취해 매일 트리튬 양을 측정한다. 또 도쿄전력만이 아 원자력규제위원회, 도쿄전력의 위탁업체 3곳이 트리튬양을 분석한다. 다카하라 소통관은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오염수 방류 관련 바닷물과 수산물 등에 대한 방사능 검사는 환경성과 도쿄전력, 원자력규제위원회, 후쿠시마현 모두 4곳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각 기관의 목적에 따라 검사 방식이 달라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다카하라 소통관은 “앞으로 별도 홈페이지를 운영해 4곳에서 실시하는 오염수 방류 검사를 모두 찾아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공동취재단
다카하라 소통관은 “2028년까지 일일 오염수 발생량을 50~100t으로 줄이는 게 목표”라면서 “1~2호기 등의 데브리(녹은 핵연료 등의 잔해물) 등을 제거하지 않는 한 오염수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아직도 이곳의 방사능 수치가 높기 때문에 작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본 1호기에는 원전 폭발의 처참한 몰골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기자를 태운 버스가 멀리 떨어진 1호기에 조금만 가까이 이동해도 버스 안 선량계의 방사능 수치가 0.1uSv/h(마이크로시버트)에서 2.5uSv/h로 25배 가까이 급상승했다.
후쿠시마 김진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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