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창] 마약과의 전쟁… ‘국제공조’가 마지막 퍼즐/고광효 관세청장
수정 2023-08-22 00:09
입력 2023-08-22 00:09
시대에 따라 밀수 품목은 계속 변화했다. 70년대 고가 사치품, 80년대 일본산 가전제품, 90년대 위조명품에 이어 지금은 ‘마약’이 국민의 건강과 사회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마약 적발량은 역대 최대인 329㎏으로 집계됐다. 서울시 인구 약 100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건당 적발량도 1㎏을 넘어서며 밀수가 대형화하고 있음이 감지됐다. 특히 미래를 이끌어 갈 10·20대의 마약범죄가 가파르게 증가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마약은 투약자 개인만의 피해로 끝나지 않는다. 개인의 마약중독 후 2차 범죄 등 사회적 손실도 크다. 중국의 ‘아편전쟁’, 미국의 ‘켄싱턴 좀비거리’ 사례는 마약이 사회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여실히 보여 준다.
마약과의 전쟁 최전선에 서 있는 관세청은 마약 감시 첨단장비를 도입하고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새로운 전쟁에 임하고 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마지막 퍼즐은 무엇일까. 바로 ‘국제공조’다. 지금까지 마약은 국경에서 수세적으로 단속해 왔다. 전쟁에서 성을 쌓아 적군의 도시 내 침입을 막아내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하지만 ‘공격이 최고의 방어’이듯 이젠 국제공조를 통해 외국 국경에서 출발하는 마약을 공세적으로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관세청은 해외 관세당국과 공조해 여러 성과를 냈다. 지난해부터 태국과 두 차례 실시한 ‘한ㆍ태 마약밀수 합동단속작전’(작전명 사이렌)이 대표적이다.
단순 정보교류 차원을 넘어 태국 현지에 통제 본부를 설치하고 우리 측 정보 요원을 파견하는 적극적인 작전이었다. 이를 통해 한국행 마약 의심 물품을 태국 직원과 함께 검사해 총 84건, 190㎏ 상당의 마약을 적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관세청은 앞으로 주요 마약 발송국으로 공조국 범위를 확장해 국제 마약밀수 단속망을 더욱 촘촘히 구축할 계획이다. 당장 내년부터 베트남 등 주요국에 마약 정보관을 파견한다. 주요 마약 생산지인 ‘골든 트라이앵글’(태국·미얀마·라오스 접경)발 밀수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서다.
관세청은 올해 상반기 전 세계 78개국이 참여한 ‘Korea Customs Week 2023’에서 ‘아태 지역 마약밀수 단속 공동선언문’을 채택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마약 단속과 관련한 핵심적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간 축적해 온 국제협력 네트워크를 활용해 마약 단속 범위를 국경 밖으로 더 넓혀 나갈 계획이다. 우리 자녀들이 다시 마약청정국에서 살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2023-08-22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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