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복도에서 사는 80대 여성...‘현대판 고려장’ 사연

김채현 기자
수정 2022-08-21 14:12
입력 2022-08-21 13:58
21일 SBS ‘궁금한 이야기 Y’에 따르면 A씨는 시멘트 바닥에 이불도 없이 잠을 자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었다.
A씨가 바깥 생활을 하기 시작한 건 지난 7월부터였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할머니가 쓰레기를 버리러 빈손으로 나왔다가 비밀번호를 몰라 집에 못 들어가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딸이 같이 와서 살자 해놓고 날 내쫓았다”비밀번호가 바뀐 이 집은 A씨가 막내딸에게 사준 집이었다. A씨는 이곳에서 2년간 같이 생활했다.
그러던 중 막내딸이 자신의 이사 날짜에 맞춰 집을 나가라고 A씨에게 통보한 것이다.
그는 “딸이 같이 와서 살자 해놓고 이렇게 날 내쫓았다”며 “비밀번호 바꾸고 문 잠그고 내쫓았다. 딸은 이사 갔고, 이 집에는 내 짐만 들어있다”고 밝혔다.
과거 A씨는 남편과 동대문에서 이름만 대면 다들 아는 제화업체를 운영하며 큰돈을 벌었다. 사업이 잘돼서 러시아에 수출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후 A씨는 큰딸과 아들에게는 수십억짜리 건물 한 채, 막내딸에게는 월세 6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고시텔을 물려줬다.
그러나 아들과 막내딸이 재산 문제로 서로 싸웠고, A씨가 고시텔 소유권을 아들에게 넘겨주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A씨는 “재산 다 주니까 나 몰라라 하는 거다. (막내딸이) 오빠는 부잔데 왜 오빠한테만 자꾸 주냐. 그런 거 없어도 먹고 사는데 줬다고 그래서 그때부터 문제가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A씨의 지인은 “아버지가 자식들 다 가게 하나, 집 한 채씩 해주면서 (막내) 딸을 좀 적게 준 것 같다”며 “아들은 딸만 그렇게 감싸고 다 해줬다고 불만이고, 딸은 딸이라 적게 줬다고 불만”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A씨가 생활한 방 한 칸에는 각종 즉석요리와 주방가구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는 “2년 동안 딸이고 아들이고 내게 돈 한 푼도 안 줬다”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아무것도 안 줬어도 부모한테 그러면 안 되는데”라고 씁쓸해했다.
이어 “민법에 규정돼있는데 자녀들이 법적 의무를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며 “부모님 같은 경우에는 존속유기죄가 돼 형이 가중처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막내딸은 “2000만원 보내면 짐 빼기로 약속하셨죠? 이삿짐 사람 불러두고 연락하면 바로 돈 보내겠다”면서 A씨에게 2000만원을 보냈다.
A씨는 그제야 집 안으로 들어가며 “어디든지 가야지. 갈 데 없어도 어디든지 발걸음 닿는 대로 가야지”라고 말했다.
김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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