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지 합병 박차·돈바스 공세 강화 … 우크라 침공 새 국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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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라 기자
수정 2022-05-20 15:48
입력 2022-05-20 15:48
러시아 부총리 헤르손·멜리토폴 등 점령지 방문
마리우폴 점령으로 협상 영향력 강화
돈바스 전황 격화될 듯 … WSJ “우크라이나 지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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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마라트 후스눌린 러시아 인프라 담당 부총리는 이번 주 우크라이나 남부 및 남동부의 점령지들을 둘러보고 이들 지역에 대한 구상을 제시했다. 후스눌린 부총리는 침공 직후 점령한 헤르손을 방문해 이 지역을 “러시아 가족의 가치 있는 장소”라고 평가하면서 “통합을 위한 최대한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 지역에 친러 정부를 세우고 루블화 통용, 러시아 방송 송출 등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당시의 시나리오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점령지 합병 수순 … 마리우폴 점령으로 결정적 카드 쥐어NYT는 러시아 정부가 합병에 모호한 입장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헤르손과 자포리자 등 점령지를 러시아 영토로 합병하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스눌린 부총리는 헤르손의 항구와 공장 등 인프라를 둘러보는가 하면 자포리자주 멜리토폴에서는 “자포리자 원전의 전력을 러시아로 끌어다 쓸 수 있다”는 계획까지 밝혔다. 또 점령지와 우크라이나가 통제하는 지역 사이에 있던 검문소를 폐쇄한 것 역시 이들 지역에서의 러시아군의 통제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NYT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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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우폴 점령을 기점으로 돈바스 지역에서의 교전도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러시아군은 도네츠크주의 주요 도시인 세베로도네츠크를 공습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의 공격으로 세베로도네츠크 주민 12명이 숨지고 40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지역은 러시아군이 돈바스를 완전히 장악하는 것을 방어하는 몇 안 되는 우크라이나군의 거점 중 하나라고 WP는 전했다.
영국 국방부는 20일 일일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마리우폴을 확보한 뒤 돈바스에서의 군사 작전을 강화하기 위해 (마리우폴에 배치된) 병력을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향후 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에서의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WSJ 5가지 시나리오 제시 “러시아 패배하거나 교착 상태로”서방에서는 양국이 교착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면서도 우크라이나의 패배 가능성에 무게추를 싣지는 않는 분위기다. 이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쟁의 다섯 가지 시나리오로 ▲러시아의 패배 ▲우크라이나의 패배 ▲교착 및 장기전 ▲우크라이나의 돈바스·크림반도 진격 ▲러시아의 전술핵·화학무기 사용과 확전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서방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전쟁에서 오래 버티기 힘들며 교착 상태에 빠지더라도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으로 머지 않아 결론이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전했다.
김소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