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도 실패한 탈청와대… 尹 ‘시민 접근형 집무실’ 추진력 시험대

안석 기자
안석 기자
수정 2022-03-21 01:36
입력 2022-03-20 18:02

尹, 직접 밝힌 청와대 이전 배경

“靑입성 땐 바쁜 일로 이전 불발
역대 정부 번번이 좌절” 차별화
영빈관, 용산공원 내 건립 검토
용산공원 지연땐 구중궁궐 비판
“굳이 돈 들이나” 국민설득 과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대통령실을 이전하겠다고 발표한 용산 국방부 일대 전경. 10개 층으로 이뤄진 국방부 청사(가운데)에서 장차관실이 있는 3층에 새 집무실을 들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연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상당한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을 선언하며 정면돌파를 택한 것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이처럼 대선 후 불과 11일 만에 속전속결로 ‘용산시대’를 확정한 데는 ‘촛불’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도 실패한 ‘탈(脫)청와대’를 반드시 이뤄 내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는 동시에 이전 정부들과의 차별성을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시급한 민생 현안도 많은데 굳이 많은 돈을 들여 집무실을 이전해야 하느냐는 비판 여론을 설득하는 것이 윤 당선인의 과제다.
윤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굳이 지금 대통령실 이전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일단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벗어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역대 정부에서 이전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좌절된 경험에 비춰 보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다”며 “시기를 조금 더 두고, 시간을 두고 판단하는 게 어떻냐고 하는데 그렇게 청와대에 들어가면 안 된다. 청와대에 들어가면 여러 바쁜 일 때문에 이전이 안 된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국방부로 집무실을 이전해 참모와 더 가깝게 소통할 수 있도록 집무 공간을 새롭게 배치하고, 2층에 설치될 것으로 알려진 집무실 바로 아래 층에 프레스센터를 설치해 언론과 수시로 만나겠다고 밝혔다. 백악관처럼 대통령과 참모진, 언론의 거리를 좁히겠다는 구상이다.


국방부가 청와대보다 더 구중궁궐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현 국방부 청사 인근에 대규모 공원이 들어서는 점을 감안해 백악관처럼 시민 접근을 허용하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윤 당선인 측은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예정된 주변 미군기지 반환에 속도를 내서 전체 예정 부지(203만㎡) 4분의1까지의 반환을 올해 중으로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윤 당선인은 “현재 국방부 구역도 개방해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청사는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백악관같이 낮은 담을 설치하고, 시민들이 들어올 수 있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환 계획이 예정대로 된다는 보장도 없을 뿐더러 공사라는 게 막상 시작하면 지연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점에서 시민 접근형 집무실이 언제 실현될지는 장담할 수 없어 보인다. 용산공원이 지연될 경우 국방부 내 대통령 집무실은 국민 접근이 불가능한 구중궁궐을 면하기 어렵게 된다.
집무실 공약을 광화문에서 용산으로 수정하는 과정에서 국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국방부와 합참 등이 연쇄적으로 이동하며 안보 공백 사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또 윤 당선인은 이날 영빈관 역할을 할 건물을 용산공원 부지 내 새로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그 전까지는 청와대 영빈관이나 본관 건물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혀 청와대를 오는 5월 10일부터 완전히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약속의 취지와 맞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이번 집무실 이전이 큰 무리 없이 추진된다면 임기 초반 국민 여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으로서는 역대 대통령이 모두 실패했던 청와대 해체 공약을 실현하게 돼 추진력을 증명할 기회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의 정면돌파가 임기 초 청와대 안가(安家) 등을 철거해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전례를 연상시킨다는 시각도 있다.

안석 기자
2022-03-2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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