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송구영신(送舊迎新)/박홍환 평화연구소장

박홍환 기자
수정 2021-12-29 02:53
입력 2021-12-28 20:40
길섶에서
최후의 달력 한 장이 마지막 잎새처럼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요즘, 마음만 바쁜 하루하루가 쏜살같이 흘러가고 있다. 연초 세웠던 크고 작은 계획들이 ‘코시국’의 연장으로 대부분 물거품이 돼 버린 것도 그렇거니와 한 치 앞을 분간하기 힘든 뿌연 안갯속 같은 코로나 위기 전망으로 내년 역시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사실에 가슴은 조여들고, 어깨는 딱 ‘물먹은 솜’이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흘러가는 강물이 방금 전 흘러간 강물이 아니고, 오늘 떠오른 태양은 어제의 태양이 아니지 않은가. 반성하며 흘러간 한 해를 보내고, 힘찬 각오와 함께 다가올 한 해를 맞이해야겠다고 심기일전하게 된다.

십수년 전이다. 한 해의 마지막날 오후 서쪽으로 내달려 강화에서 바닷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시뻘건 묵은 해를 보내고 곧바로 차를 돌려 양양에서 수평선을 뚫고 나오는 검붉은 새 해를 맞이한 경험이 있다. 차량 정체로 12시간 넘게 운전했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송구영신의 반성과 각오가 남달랐기 때문일 게다. 올해 마지막날과 새해 첫날 전국의 낙조 및 일출 명소가 대부분 폐쇄된다고 한다. 하지만 해는 지고, 또 떠오를 것이다. 동네 뒷동산에라도 올라, 아니 마음속으로라도 송구영신의 의미를 되새겨야겠다.




박홍환 평화연구소장 stinger@seoul.co.kr
2021-12-29 29면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