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대어’ 현대중공업 9월 상장 마무리
현대오일뱅크도 상장 추진… 몸값 8조원
정기선 중심 ‘오너 체제’로 재편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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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재계에 따르면 ‘9월 증시 대어’로 꼽히는 현대중공업은 최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1주당 희망 공모가액은 5만 2000~6만원, 공모 자금은 최대 1조 800억원이며, 시가총액은 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상장은 다음달 내 모두 끝내는 것이 목표다. 조달 자금은 수소·암모니아 선박, 전기추진선 등 친환경 기술 개발에 사용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상장 주간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를 증권사에 발송한 데 이어 지난 11~12일 적격 후보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현대오일뱅크의 몸값은 8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수소 등 친환경 사업에 쓸 계획이다. 아울러 조선사 현대삼호중공업과 정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선박 AS업체 현대글로벌서비스까지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상장 러시’는 정몽준 이사장에서 장남 정기선 부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은 ‘정몽준 26.6%, 정기선 5.26%’로 돼 있다. 정 부사장이 부친의 지분을 상속·증여받으려면 막대한 세금을 감당할 ‘현금 실탄’이 필요하다. 결국 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계열사 상장을 본격화했다는 관측이 재계에서 나온다. 현대중공업지주가 한국조선해양을 통해 100% 지배하는 현대중공업과 74.13% 지분을 보유한 현대오일뱅크의 기업 가치가 상장 이후 크게 오르면 정 부사장의 지분 가치도 뛰어 자금 마련이 한결 수월해진다.
계열사 상장에 성공하면 정 부사장은 자신이 진두지휘하는 ‘수소 신사업’에 더 속력을 낼 수 있다. 아울러 자신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경영 능력’에 대한 의심을 지울 기회도 잡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의 계열사 상장은 여러모로 정기선 체제 확립을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