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아미안해’ 무늬만 추모… 슬픔을 팔지마세요 [김유민의 돋보기]

김유민 기자
수정 2021-01-07 15:18
입력 2021-01-06 11:33
알리는 목적 아닌 팔기 위한 게시물
비난 쇄도하자 임시 영업 중단 상태
6일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진 ‘정인아미안해’ 굿즈 판매자의 변명은 구차했다. 수익금 용도를 묻자 “안 팔릴걸요. 팔리면 기부할게요”라고 황당한 답변을 내놓더니 비난이 쇄도하자 “그냥 단순하게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자 하는 목적에서 제품을 제작한 것인데 많은 분들의 질타로 생각이 짧았음을 알게 되었다”고 해명했다.
정인이를 이용해 물건을 만들어놓고 수익금의 용도는 정하지도, 알리지도 않은 것은 알리고자 하는 목적이 아닌, 팔고자 하는 목적에 가까워보였다. 팔이피플(소셜미디어를 통해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이 슬픔만저 판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판매자는 반성하고 있다는 사과문마저 수십 개의 해시태그를 첨부했고 현재는 운영이 중지되었다는 문구와 함께 판매를 중지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인스타그램에는 ‘정인아미안해’ 해시태그(#)를 넣고 탕수육이 맛있다고 홍보하거나 술집과 음식점 방문을 홍보하는 글도 있었다. 입양된지 271일, 세 번의 아동학대 신고에도 양부모의 학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정인이 사건에 전국민이 슬퍼하고 분노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분위기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 과거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루게릭병 환자를 돕는 아이스버킷 챌린지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방명록에는 “정인아 사랑한다. 다음 생에 내가 꼭 부모가 되어줄게”, “더 나은 세상에서 만나자. 미안하다 아가야. 아동학대를 이 세상에서 반드시 몰아낼게”라는 글들이 남겨졌다. 정인이를 위한 간식, 신발, 옷, 필기구, 그림도구, 인형, 꽃들이 가득 쌓였다.
추모객들은 ‘미안하다’며 이 사회의 성인으로서 지켜주지 못한 슬픔에 고개를 떨궜다. 정인양의 장지에서는 하이든의 ‘The Seven Last Words of Christ’가 애절하게 울려퍼지고 있다.
“우리가 바꿀게”라는 약속은 사회로 번져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대책 마련을 지시했고 정부는 입양 전 예비 양부모 검증을 강화하고, 입양 가정에서 아동학대 발생 시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 입양기관이 입양 가정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등 공적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경찰 역시 아동학대 대응 방식도 개선, 우선 2회 이상 반복 신고된 아동 학대 사건에 대해선 반기별로 1회 이상 경찰 자체적으로 사후 점검을 정례화할 방침이다.
법원에는 가해자인 양부모 엄벌을 요청하는 수 백건의 진정서 및 탄원서가 접수됐다. 시민들은 온라인에서 진정서 작성법을 공유하며 양부모의 1차 공판기일인 13일 전까지 재판부에 진정서를 보낼 것을 독려하고 있다.
관련기사
-
‘정인이 사건’ 재판부 “사회적 관심 고려해 중계법정 결정”(종합)
-
경찰청장, “정인이 사건 국민께 송구”…양천서장 대기발령
-
친권자 체벌 금지·가해자 즉시 분리…‘#정인아’ 뒤늦은 반성 담아 8일 본회의
-
홀트 “정인이에게 진심으로 사과...입양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
-
“정인이 사건, 살인죄로 기소돼야”... 소아청소년과 의사단체, 의견서 제출
-
법원 “정인이 양부모 유무죄 판단 전에는 진정서 보지 않을 것”
-
정인이 폭행한 양부모 “아이 몸무게 감소는 입 안 염증 때문” 진술
-
시민단체 “정인이 학대 신고 묵살…직무유기” 양천경찰서장 고발
-
‘1점’ 모자라서…정인이 죽음 못 막은 학대 평가(종합)
-
‘정인이 사건’ 양천경찰서장 파면 청원, 하루만에 20만명 동의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