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한줄] 환하게 돌이킬 그날을 기다리며/최여경 문화부장

최여경 기자
최여경 기자
수정 2020-08-19 02:24
입력 2020-08-18 20:22
이 고장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빛과 그늘의 반점 사이로 미풍처럼 흔들리다가 고이고 고였다가는 흐르는 우리들 저마다의 삶의 순간과 순간이다. (중략) 나비의 날개처럼 가늘게 떨리는 그 빛 위에 마음을 고즈넉하게 부어놓고 가만히 들여다보라. 그리고 이 세상에 살아 있음을 기뻐하라.(210쪽)

1969년 유럽에 첫발을 디딘 젊은 유학생이 40여년 만에 다시 그곳을 찾았다. 그때의 청년과 지금의 노학자가 ‘여름의 묘약’(2013, 문학동네)에서 교감한다.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프랑스 프로방스에서 파리까지, 40년 전 여정을 밟아가며 삶과 문학을 책에 풀어냈다.

코로나19로 나라 밖 여행은 어렵고, 국내 이동도 맘이 편치 않다. 동경하던 곳도, 기억을 남겼던 곳도, 가기 어려운 처지다.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기약 없다. 그러니 지금 내가 머문 곳에 내 삶을 놓고, 추억을 심을 수밖에. 다시 그곳에 가서 그 행복을 떠올릴 수 있을 그날을 기다리며.


cyk@seoul.co.kr

2020-08-1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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