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검언유착’ 입증 못하자… 한동훈 “권언유착 수사하라” 역공
진선민 기자
수정 2020-08-05 18:37
입력 2020-08-05 17:36
분열·상처만 남긴 검찰 수사 4개월
前 채널A 기자 강요미수로 구속기소한동훈 공모관계 공소장에 적시 못해
檢 “포렌식 결과도 안 나와” 변명 궁색
사상 초유 몸싸움 등 내부 갈등만 드러내
“추미애 ‘헌정 두 번째 지휘권’ 명분 잃어”
윤석열, 사전 보고 못 받아 ‘패싱’ 논란도
수사과정에서 윤석열(60·23기) 검찰총장과 추미애(62·14기) 법무부 장관의 정면충돌에 검찰 내부 갈등까지 표출되면서 조직에 분열과 상처만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헌정 사상 두 번째로 검찰총장 지휘권을 발동하며 수사를 밀어붙인 추 장관도 타격을 입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5일 이 전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 전 기자의 후배인 백모(30) 채널A 기자도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지난 2~3월 신라젠 의혹 취재 과정에서 이철(55·수감 중)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협박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털어놓도록 강요했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의 쟁점이었던 한 검사장의 공모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은 기소 전날까지 이 전 기자의 노트북 포렌식 작업을 재차 벌이고 한 검사장 휴대전화 유심을 두 차례 압수수색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지만 공모 관계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수사팀장 격인 정진웅(52·29기) 형사1부장은 지난달 7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쓴 글을 통해 “다수의 중요 증거를 확보해 실체적 진실에 상당 부분 접근했다”고 자신했지만 지난달 24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물론 이날도 ‘중요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지난달 19일 공개된 ‘부산고검 녹취록’에서도 공모로 보기 어려운 정황만 드러났다. 수사심의위가 한 검사장에 대해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검찰 관계자는 “한 검사장은 1회 조사도 채 마치지 않았고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해명했지만 범죄 입증의 책임은 검찰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검사장 측은 이날 “공모 사실 자체가 없어 중앙지검이 공모라고 적시 못한 것은 당연하다”면서 “MBC와 정치인 등의 공작 혹은 ‘권언유착’ 부분에 대해 이제라도 제대로 수사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KBS 오보에 이성윤(58·23기) 지검장 등 수사팀이 관련없다면 최소한의 설명을 해 줄 것과 한 검사장을 독직폭행한 정 부장을 수사에서 배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이번 기소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사전에 보고를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총장 패싱’ 논란도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전 공소장을 접수하고 나서야 윤 총장에게 기소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에 따라 윤 총장은 현재 검언유착 수사 지휘에서 손을 뗀 상태다. 그러나 수사 결과에 해당하는 기소와 관련된 보고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을 두고 수사팀과 이 지검장이 대검찰청 훈령을 어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팀에서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수사 결과만을 총장에게 보고하라”는 지난달 2일 추 장관의 지휘 내용과도 배치된다.
지난 4개월의 수사 과정에서 검찰 내부 갈등이 터져 나오면서 내홍이 깊어졌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 6월 대검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결정하자 수사팀은 소집 중단을 요청하면서 대립했다. 수사심의위 권고에도 지난달 29일 한 검사장 휴대전화 유심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정 부장과 한 검사장의 몸싸움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수사팀 내부에서도 수사 방향과 처리를 두고 이 지검장 등과 의견 대립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명분을 잃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번 주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앞두고 이번 수사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2020-08-06 9면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