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임차인입니다” 통합당 윤희숙 ‘5분 연설’ 화제

정현용 기자
수정 2020-07-31 15:32
입력 2020-07-31 15:13
전날 ‘임대차 3법’ 연설 인터넷·유튜브 확산
“임대차 3법 때문에 전세 빠르게 소멸”“상임위 축조심의에서 부작용 점검했어야”

윤 의원은 임대차 3법 처리를 앞둔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 단상에 올라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며 연설을 시작했다. 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 경제혁신위원장인 윤 의원은 29일 세종시 주택을 처분하고 다주택자 꼬리표를 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어떤 불필요한 빌미도 주고 싶지 않았다”는 이유도 전했다.
그는 전날 연설에서 “제가 지난 5월 이사했는데 이사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집주인이 ‘2년 있다가 나가라’ 그러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을 달고 살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오늘 표결된 법안을 보면서 제가 기분이 좋았는가. 그렇지 않다. 저에게 든 생각은 4년 있다가 꼼짝없이 월세로 들어가게 되는구나, 이제 더 이상 전세는 없겠구나. 그게 제 고민”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임대 시장은 매우 복잡해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상생하면서 유지될 수밖에 없다”며 “임차인을 편들려고 임대인을 불리하게 하면 임대인으로서는 가격을 올리거나 시장을 나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가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을 반대하느냐. 절대 찬성한다”면서도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정부가 부담을 해야 한다. 임대인에게 집을 세놓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순간 시장은 붕괴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고성장 시대에 금리를 이용해서 임대인은 목돈 활용과 이자를 활용했고 임차인은 저축과 내 집 마련으로 활용했다. 그 균형이 지금까지 오고 있지만 저금리 시대가 된 이상 이 전세 제도는 소멸의 길로 이미 들어섰다”며 “그런데도 많은 사람은 전세를 선호한다. 그런데 이 법(임대차 3법) 때문에 너무나 빠르게 소멸되는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게 됐다. 벌써 전세 대란이 시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30년 전에 임대 계약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 2년으로 늘렸을 때 단 1년 늘렸는데 그 전 해부터 1989년 말부터 임대료가 오르기 시작해서 전년 대비 30% 올랐다. 1990년은 전년 대비 25% 올랐다”며 “이렇게 혼란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5%로 묶어놨으니 괜찮을 것이다? 지금 이자율이 2%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의원은 “제가 임대인이라도 세놓지 않고 아들, 딸한테 들어와서 살라고 할 것이다. 조카한테 들어와서 살라고, 관리비만 내고 살라고 할 것”이라며 “불가항력이고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100번 양보해서 그렇다 치자. 그렇다면 이렇게 우리나라 1000만 인구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법을 만들 때는 최소한 최대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무엇인지 점검해야 한다. 상임위원회 축조심의 과정이 있었다면 우리는 무엇을 점검했을까”라고 되물었다.
윤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과, 미 컬럼비아대 경제학 박사를 거쳐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과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자문위원,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지난 총선에서 통합당에 영입돼 서울 서초갑에서 당선됐다. 이후 당 비상대책위원회 경제혁신위원장을 맡았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