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앞에서 부부싸움도 학대입니다”
김정화 기자
수정 2020-06-24 03:29
입력 2020-06-23 22:24
학대예방경찰관 손병도·박수정 경위
학구열 높은 곳은 교육 방식 두고 다툼때리지 않고 일상 속 방치만 해도 해당
연간 1인당 500건 신고 담당 어려움 커
가정 내 학대는 범죄… 국가 개입 필요
서울 노원경찰서 손병도(48) 경위는 2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심각한 아동학대 사건이 잇달아 알려지면서 가정폭력과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가운데 학대예방경찰관(APO)으로 일하고 있는 손 경위와 도봉경찰서 박수정(45) 경위를 만나 실제 학대 아동을 마주하는 현장의 어려움을 들었다. APO는 아동학대, 노인학대 등 가정폭력 사건을 총괄하고, 학대 전반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찰이다. 학대 위험 아동에 대해 정기 모니터링과 심리 상담 등을 지원한다.
이들은 “아동학대는 언론에 보도되는 심각한 사례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방임도 아동학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손 경위는 “부부싸움 신고로 현장에 출동했더니 집에 온갖 짐이 널브러져 있고, 어린 아이들이 완전히 방치돼 있었다”면서 “결국 1년 뒤 비슷한 신고가 또 들어와 아이들이 부모와 분리됐다”고 말했다. 학구열이 높은 지역에서는 “공부를 안 한다”며 아이를 때리거나 부모가 교육 방식 때문에 다투면서 아이에게 욕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가장 큰 어려움은 소수 인원이 수많은 사건을 다뤄야 한다는 점이다. 박 경위는 “가정폭력을 포함한 연간 담당 신고가 인당 500건”이라고 했다. 그는 “남편이 아내를 때리는 식의 가정폭력은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지만, 아동은 그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면서 “생존이 위협받는 만큼 아동학대 신고 가정에 대해 더 활발히 모니터링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손 경위는 “매일 출근할 때마다 전날 접수된 사건 중 모니터링하던 가정이 있을까 봐 마음을 졸인다”면서 “팀원도 5~6명에 불과해 1년 이상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반복되는 안타까운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 이들은 국가가 더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경위는 “아동학대는 초기에 강력 대응해야만 재발이나 신고 건수가 줄어든다. 가정 내 학대도 범죄라는 걸 더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0-06-2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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