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야생동물과 인간 ‘상생의 거리 두기’

유용하 기자
수정 2021-01-12 08:03
입력 2020-04-08 17:26
미국 캘리포니아 데이비스대(UC데이비스) 제공
코로나19는 잘 알려졌다시피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가 원인 병원체입니다. 박쥐가 갖고 있던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간숙주를 거쳐 인간에게 전염되는 과정에서 변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많은 과학자는 중간숙주 또는 연결고리로 멸종위기종인 천산갑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천산갑은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에서 지정한 멸종위기종으로 전 세계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동물이지만 중국에서는 약재나 보양식 재료로 공공연히 거래되는 등 전 세계에서 가장 밀매가 많은 동물로 꼽히기도 합니다.
코로나뿐만 아니라 21세기 들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에볼라, 신종플루 등 다양한 신종감염병이 유행했습니다. 이런 인수공통감염병이 대규모로 확산될 때마다 과학자들은 ‘감염병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같은 환경변화 때문에 발생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데이비스대(UC데이비스) 원헬스연구소 질병역학센터, 호주 멜버른대 수의과학대 연구팀은 밀렵과 개발로 인한 삼림파괴, 도시화로 야생동물의 삶의 터전을 빼앗는 것은 개체수를 줄여 멸종에 이르게 할 뿐만 아니라 남은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야생동물과 인간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각자에게 생소했던 바이러스들을 공유하게 되면서 둘 다 파국에 이르게 될 확률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런 분석결과를 영국왕립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왕립학회지 B’ 8일자에 발표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데이비스대(UC데이비스) 제공
연구를 주도한 크리스틴 크로이더 존슨 UC데이비스 교수(역학·생태보건학)는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와 야생동물 거주지 환경을 파괴하는 인간의 활동들로 야생동물들이 가진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더 쉽게 옮겨질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코로나19 상황과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서 문득 영국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 박사가 주장한 ‘가이아 가설’이 떠올랐습니다. 가이아 가설은 지구의 생명체와 환경이 하나의 복잡한 시스템을 이루고 있으며 지구도 거대한 하나의 생명체라는 주장입니다.
사람이 지구의 정복자처럼 굴고 있지만 지구에는 인간보다 더 많은 동식물이 살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와 갖가지 자연재해들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자만에 빠진 인간에 대해 지구가 ‘지금과 같은 상황은 더이상 봐줄 수 없다’는 경고를 보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코로나19가 종료되는 그 순간 사람들도 자연에 대한 겸손함을 함께 회복했으면 싶습니다.
edmondy@seoul.co.kr
2020-04-09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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