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의 오스카 혁명
이슬기 기자
수정 2020-02-11 02:17
입력 2020-02-10 22:16
‘기생충’ 작품·국제극영화상 첫 동시석권 등 4관왕
봉 감독 “가장 한국적이어서 전 세계 매료시켜”로스앤젤레스 로이터 연합뉴스
한국 영화 101년사에서 최초이며, 92년 아카데미 역사에서도 국제극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과 작품상 동시 수상은 처음 있는 일이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석권한 것도 델버트 맨 감독의 ‘마티’(1955~1956) 이후 64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다.
영화 ‘기생충’이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감독·국제극영화·각본상 4개 부문 수상을 거머쥐었다. 애초 ‘기생충’은 편집·미술상까지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날 작품상 시상자인 미국의 전설적인 배우 제인 폰다의 호명으로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와 봉 감독, ‘기생충’의 배우들과 제작진은 시상대에 올랐다. 시상대 앞에 선 곽 대표는 “말이 안 나온다.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 벌어지니까 너무 기쁘다”며 “지금, 이 순간 굉장히 의미 있고 상징적인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이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작품상에서는 ‘1917’, ‘포드 V 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 래빗’, ‘조커’, ‘작은 아씨들’, ‘결혼 이야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 총 8편과 경쟁했다. 애초 샘 멘데스 감독의 ‘1917’과 작품·감독상을 나눠 가지리라는 예측과 달리 ‘기생충’은 작품·감독상을 모두 독식했다. 올해 아카데미의 최다관왕 타이틀도 ‘기생충’이 차지했다.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던 ‘조커’가 남우주연·음악상 2개 부문 수상에 그쳤고,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1917’도 촬영·음향효과·시각효과상 3개 부문에서만 호명됐다.
이날의 주인공인 봉 감독은 이날 총 네 번 시상대에 올랐다. 가장 먼저 발표된 각본상 수상 당시 봉 감독은 “시나리오를 쓴다는 게 사실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라며 “국가를 대표해서 쓰는 건 아닌데, 이 상은 한국이 받은 최초의 오스카상”이라며 트로피를 치켜들었다. 봉 감독은 ‘브로크백 마운틴’(2006), ‘라이프 오브 파이’(2013)로 두 차례 수상한 대만 출신 리안 감독에 이어 감독상을 받은 두 번째 아시아계 감독이 됐다. 아시아계 작가가 각본상을 받은 것도 ‘기생충’이 처음이다. 봉 감독은 시상식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생충’은 가장 한국적인 것들로 가득 차서 오히려 가장 넓게 전 세계를 매료시킬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아카데미 단편 다큐 부문에 이름을 올린 이승준 감독의 ‘부재의 기억’은 수상이 불발됐다. 하지만 ‘기생충’과 함께 아카데미 최종 후보로 한국 영화에 남긴 의미는 유효하다. 해당 부문 수상은 미국 다큐 ‘러닝 투 스케이트보드 인 어 워존’(캐럴 다이싱어)에 돌아갔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20-02-11 1면
관련기사
-
영화 ‘기생충’ 서울 투어 코스…돼지쌀수퍼부터 스카이피자까지
-
북미 홍보 100억 썼어도 CJ그룹 내부는 ‘잔칫집’
-
블랙 코미디·서스펜스 넘나들며 보편적 계층 갈등 풀어내
-
봉준호 “1인치 장벽 허물어져… 할리우드 진출? 다 계획이 있다”
-
소심했던 영화광… 특유의 유머·사회 풍자로 거장 반열에 오르다
-
“텍사스 전기톱으로 트로피 5등분하고 싶다” “밤새 술 마실 것”
-
文대통령 “국민께 자부심”…박찬욱 “동종업계라 행운”…AP “세계의 승리다” 극찬
-
피닉스·젤위거, 이변없는 남녀주연상 ‘기생충’에 밀린 ‘1917’은 3관왕 그쳐
-
감독상 받자 전원 환호… 뒤이은 작품상에 당연한 일인 양 기립박수
-
흔쾌히 제작 수락한 곽신애 대표… 뉘앙스 묘미 살린 번역가 파켓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