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발현 전날 동선까지 추적 검토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수정 2020-02-03 18:35
입력 2020-02-03 18:24

전문가 의견 수렴해 접촉자 기준 곧 개편…정부 “무증상·잠복기 감염 사례 조사 중”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무증상 감염 가능성을 처음으로 인정함에 따라 방역체계가 지금과는 다른 양상을 띠게 됐다. 정부는 중국 전역 방문자를 대상으로 14일 이내에 폐렴 증상은 물론 발열, 기침 등의 증상만 있어도 진단 검사를 시행하기로 했으며, 접촉자 정의 범위도 넓히기로 했다.

정부가 3일 새로 정한 ‘접촉자’(기존 밀접접촉자+일상접촉자) 기준은 ‘확진 환자 유증상기 2m 이내 접촉이 이뤄진 사람’ 등이다. 하지만 이 기준대로라면 무증상기 접촉자를 걸러낼 수 없다. 적어도 접촉자 분류 시기를 증상이 나타나기 수일 전으로 당겨야 한다. 정부는 전문가의 의견을 물어 조만간 접촉자에 대한 정의 기준을 개편하기로 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달 29일 ‘(증상 발현) 하루 전부터 조사하라’는 지침을 냈으나 보편적 지침은 아니다”라며 “각국의 사례 정의와 우리 전문가 의견을 들어 확진 환자 증상 발현 하루 전에 접촉한 사람까지 ‘접촉자’에 넣는 방안을 포함해 현재 개편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확진 환자 증상 발현일 사흘 전, 나흘 전으로 접촉자 기준을 넓게 잡으면 감염병의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지만 조사해야 할 접촉자가 배 이상 불어나 역학조사가 어려워질 수 있다. 전국 130여명에 불구한 역학조사관만으로 확진 환자의 동선과 겹친 접촉자를 확인하기에는 무리다. 반드시 역학조사관 증원이 뒤따라야 한다.

접촉자 기준을 잡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게 또 있다. 증상이 나타나는 잠복기(incubation)가 언제까지인지, 또한 균을 배출할 수 있는 잠재기(latent period)가 언제까지인지 각국 사례를 봐야 한다. 잠복기가 잠재기보다 길면 증상이 발현되기도 전에 균을 배출해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 지금은 홍역, 결핵, 인플루엔자(독감) 등 일부 질병만이 이례적으로 잠복기에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잠재기가 짧아 바이러스가 빨리 배출되는 질병은 잠복기가 아직 지나지 않아 무증상인 상태에서도 병을 옮길 수 있고, 잠복기의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바이러스를 남한테 옮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흔히 말하는 잠복기 감염이 이런 형태다. 이미 잠복기가 지나 병이 발현됐는데, 면역력이 강해 발열이나 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를 흔히 무증상 감염이라고 하는데 잠복기 감염과는 다른 개념이다.



정부는 이 중 무증상 감염에 주목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날 “잠복기 상태에서 감염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잠복기에서 증상이 발현되는 환자로 넘어가는 초기 단계에 무증상 상태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 본부장은 “아직 질병의 특성이 명확히 알려지지 않아 무증상 감염과 잠복기 감염을 묶어서 표현하고 있는 것이고, 사례들을 좀더 리뷰해 명확한 근거를 만들어 가는 단계”라고 밝혔다. 일반적인 무증상 감염뿐만 아니라 잠복기 감염의 과학적 근거를 찾는 데도 주목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20-02-0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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