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춘문예 시 당선작-당선소감] 옥상에 매여 있던 ‘전기양’ 발견해 주셔서 감사

수정 2020-01-03 11:12
입력 2020-01-01 16:30

이원석

이원석
이원석
진짜 양 한 마리를 키우고 싶었을 뿐이야

열망과 기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

전선을 따라 어둠이 내려 기어이


전기양을 보러 갈 때

너는 진짜 양에 대해서 오랫동안 얘기하고는 했지

그리고 혼자 남은 나는 양 울음소리를 흉내내 본다 전자식으로



매에 하고 매번 울었지만

매에 순간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습니다.

전기양의 울음을 모조하기 위해 성대를 기계식으로 교체합니다.

살아 있는 양 한 마리를, 살아 있는 양 두 마리를, 살아 있는 양 세 마리를 천천히

전자식으로 떠올리다가 잠이 들곤 했습니다.

옥상에 매여 있던 전기양을 발견해 주신

*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정진하겠습니다. 작년 체육관 운영이 어려울 때 삼백 빌려준(다 갚음) 재휘야, 고맙다. 사실은 날 가장 먼저 시인이라고 불러 줬던 친구, 나의 부를리우크. 그리고 다시 시를 쓰며 들었던 시 창작 수업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공간과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신 읻다 아카데미, 첫 수업료를 빌려준(다 갚음) 동생 정아, 새로운 언어를 찾아 주신 백은선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유난스런 자식을 지켜봐 주신 부모님(못 갚음), 늘 지지하고 응원해 준 가족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이원석 ▲1976년 서울 출생 ▲인하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팀레이븐 주짓수 코치
2020-01-02 4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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