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약방제용 무인헬기의 90% 日전범기업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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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기자
수정 2019-10-08 09:52
입력 2019-10-08 01:32
인지도 높다는 이유만으로 수년째 구입
국산보다 한 대당 가격 4800만원 비싸농협 보유 209대 중 국내제품 21대 그쳐
수리비용도 국산보다 30~50% 많이 들어
농민들의 일제 농기계 불매운동에 역행
“농협, 농기계 국산화 확대 노력 동참해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준호 의원실이 농협경제지주로부터 제출받은 ‘농협 무인헬기 제조사별 보유 현황 및 사고내역’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무인헬기는 모두 209대로 이 중 일본업체인 야마하(YAMAHA)에서 제작한 것이 188대(90%)에 달했다. 품목은 2가지로 ‘FAZER’과 ‘RMAX’였다.
국산은 불과 21대(10%)로 성우엔지니어링이 제작한 ‘REMO-H’였다.
무인헬기 외에도 오토바이, 피아노 등을 만드는 야마하는 2012년 국무총리실에서 발표한 299개 전범기업 중 하나로 태평양전쟁 당시 전투기용 프로펠러 등을 납품했다. 야마하는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시작된 시민들의 일본제품 불매운동 명단에도 포함됐다.

특히 야마하 FAZER의 경우 한 대당 가격이 1억 9800만원으로 성우엔지니어링의 REMO-H(1억 5000만원)보다 4800만원(32%)이나 비쌌다. 수리 비용 역시 지난해 기준으로 야마하 FAZER은 3443만원, RMAX는 3077만원으로 REMO-H의 2352만원보다 30~50%가량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국산 무인헬기가 일본산보다 저렴하고 수리 비용도 적은 상황에서 국산 구입을 늘리지 않은 데 대해 농협중앙회 측은 “국산 무인헬기의 인지도가 낮기 때문”이라며 “무인헬기의 구매 선택은 각 지역농협에서 개별적으로 결정하고 있어 농협중앙회에서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또 각 지역 농민단체들 중심으로 일본산 농기계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등의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일본산 농기계를 융자지원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는 요청이 올라오기도 했다. 농협은 평소 100% 민족 자본임을 강조해 왔다.
윤 의원은 “국산 무인헬기는 순수 국내기술로 연구개발한 데다 최신 성능을 갖추고 있고, 유지보수 비용도 낮아 농업소득 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농협은 농기계 국산화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2019-10-08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