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꽉 잡은 손에 하얗게 질린 고노 다로

오달란 기자
수정 2019-08-03 10:37
입력 2019-08-03 10:37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서 망신살 뻗친 일본
AP 연합뉴스
냉랭한 한일관계를 대변하듯 두 사람이 ‘악수 신경전’을 벌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양자회담에 이어 2일 개최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는 싱가포르와 중국 등 참여국이 일본의 부당한 무역도발 조치를 비판하고 한국을 두둔하면서 고노 외상은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나란히 참석한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은 지난 1일 현지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지난달 초 일본 정부가 한국으로 수출되는 반도체 핵심소재에 대해 통관 절차를 까다롭게 바꾼 뒤 처음 열린 양자 장관급 접촉이었다.
회담 분위기는 처음부터 냉랭했다. 본격적인 회담에 앞서 두 사람이 인사하는 모습이 취재진에게 공개됐는데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 모두 굳은 표정으로 악수를 나눴다.
그런데 악수가 끝나자 고노 외무상의 오른손등에 취재진의 관심이 쏠렸다. 강 장관의 손가락이 닿았던 자리가 눈에 띄게 하얀 자국을 남겼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불편한 심기가 고스란히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2일 같은 호텔에서 열린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에서는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조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고노 외무상이 “한국은 우리의 아세안 친구들보다 더 우호적이거나 동등한 지위를 누려왔고, 누릴 것인데 강경화 장관이 언급한 불만이 무슨 근거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한 것이 아세안 국가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 아세안 국가가 한 곳도 포함돼 있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화이트리스트를 줄이는 게 아니라 늘려나가야 한다. 신뢰 증진을 통해 상호 의존도를 높이는 게 공동번영을 위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도 가세했다. 그는 ‘싱가포르 외교장관의 발언에 좋은 영감을 받았다’며 ‘아세안+3가 원 패밀리(하나의 가족)가 돼야 하는데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 유감’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치 못한 제3국의 비판에 고노 외무상은 다소 당황한 모습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의는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등 13개국 외교장관이 북핵 문제를 비롯한 지역 및 국제정세를 논의하는 자리다. 한일 갈등이 비공식 의제로 오르고 다수 국가가 토론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알려졌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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