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대신 빵 한번 먹고 말지”했던 학생들, 무관심 11%P ‘뚝’… 파업 지지 10%P ‘쑥’

김지예 기자
수정 2019-07-28 13:36
입력 2019-07-23 22:44
중·고생 42명 학교급식파업 찬반 토론
지난 3~5일 급식 조리원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기본급 인상과 각종 수당 차별 해소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였다. 파업 후 교섭에서도 교육 당국과 노조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고, 노조는 새 학기가 시작되는 9월 2차 총파업을 예고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한 가운데 정작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학생들은 논의의 장에서 소외됐다. 서울신문과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 한국청소년재단, 미래와균형 등은 학생들이 이 문제에 대해 직접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21일 서울 서대문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중·고교생 42명이 참여했다.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7개 테이블에 나눠 앉은 청소년들은 토론이 시작되자 의견을 쏟아냈다. 학교에서 겪은 경험을 예로 들며 급식 조리원 파업에 대해 찬성과 반대, 유보 등 입장을 택했다. 토론 직전 김현국 미래와균형 연구소장은 이번 파업과 관련된 기본 사실과 논점 자료를 제공해 토론을 도왔다. 학생들의 의견은 토론이 끝날 때까지 전자 투표기를 통해 총 4차례 집계됐다.
토론 전 설문조사에서는 학생 43.8%가 파업을 지지한다고 밝혔고, 31.3%가 반대 의견을 냈다. 판단 유보나 무관심에 표를 던진 학생들도 25%쯤 됐다. 파업에 찬성하는 측은 파업권이 노동자의 기본권이라는 점을, 반대 측은 급식이 중단되면 학생과 학부모가 피해를 볼 수 있음을 강조했다. 조별 토론을 통해 의견을 교환한 학생들은 전체 토론에서 더 적극적으로 논쟁했다. 김수민(17)양은 “급식 조리사들의 임금이 노동 강도에 비해 낮다”며 “사회 전반적으로 계약직에 대한 차별이 심한데, 미래 인재를 기르는 학교에서부터 그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승현(16)군은 “세금이 6100억원 투입되는 만큼 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은 국민이 지게 된다”면서 “파업을 하면 가장 피해를 보는 건 가난한 학생들”이라고 맞섰다.
3시간 동안 토론하며 학생들은 자신의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우선 토론 전후 학생들의 파업에 대한 입장 변화가 뚜렷했다. 파업을 지지한 학생은 토론이 끝난 뒤 53.5%로 9.7% 포인트 늘었고, 파업 반대 의견도 32.6%로 1.3% 포인트 증가했다. 25%에 달했던 유보와 무관심 입장은 토론을 거치며 각각 9.3%와 4.7%로 크게 줄었다. 자신이 직접 영향받는 문제인데도 파업에 무관심하던 학생들이 학습과 토론을 통해 자기 견해가 생긴 것이다. 파업 문제 판단 때 “나도 당할 수 있다”는 심정적 지지와 연대를 판단 기준으로 꼽은 학생이 토론 초반 9.5%에서 17.1%로 크게 늘었고, 노동자 요구의 과도함을 고려해야 한다는 비율은 26.2%에서 17.1%로 줄었다.
토론을 진행한 이병덕 한국퍼실리테이터연합회장은 “언론 보도나 다른 사람의 의견에 동조하거나 무관심했던 학생들이 토론을 거치며 자기 생각을 갖게 됐다”며 “학생들에게 정보를 주고 토론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충분히 알고 결정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사단법인 ‘공공의창’은
‘공공의창’은 리얼미터·리서치뷰·우리리서치·리서치DNA·조원씨앤아이·코리아스픽스·타임리서치·한국사회여론연구소·한국여론연구소·피플네트웍스리서치·서던포스트·세종리서치·소상공인연구소·DPI·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등 15개 여론조사 및 데이터분석 기관이 모인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다. 2016년 만들어졌으며 정부·기업의 의뢰를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공익성이 높은 공공조사를 실시한다.
2019-07-24 2면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