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머리와 분리될 수 없는 게의 슬픈 운명
박홍규 기자
수정 2019-05-20 14:45
입력 2019-05-20 14:43
플라스틱으로 만든 인형 머리 속에 갇힌 채 해변을 따라 힘겨운 발걸음을 옮기는 게의 안타까운 모습을 지난 15일 라이브릭 유튜브 채널이 전했다.
영상 속, 바다 모래 해변 위로 머리카락 한 올 없는 인형 머리가 움직인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인형 머리 속에 자신의 몸 중 일부가 박혀 있는 게의 이동으로 인형 머리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된 것.
어쩌다 이 연약한 생명체가 인간이 만든 플라스틱 인형과 한 몸이 돼버렸을까.
지난 10일 환경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서태평양 웨이크 아일랜드를 찾았던 조셉 크롱크란 이름의 남성은 해안의 쓰레기를 줍던 도중 플라스틱 인형 머리와 한 몸이 된 게 한 마리가 힘겹게 해안가를 걸어가는 모습을 발견했다.
조셉은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과 쓰레기들이 해양 생물에 미치는 파괴적인 모습을 담아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고 거침없이 카메라 영상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인형 머리 속에 박혀 있는 게를 강제로 인형 머리와 분리하다 자칫 게에게 해를 입힐까봐 실행에 옮기진 않았다.
그는 “많은 게들이 자신의 껍데기를 필름통이나, 음료수 캔 등과 같은 것들로 대체하는 걸 수 없이 보아왔다”고 말했다.
조셉은 지난해 12월 이곳을 방문해 섬 해안가의 쓰레기를 줍는 일에 동참했다. 하지만 그가 5월 초 이곳을 다시 찾았을 때 각 종 쓰레기가 해변가를 다시 뒤덮고 있었다고 한다.
박홍규 기자 goph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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