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균미의 세계는 지금] 최고 지도자와 흰머리
김균미 기자
수정 2019-03-08 21:59
입력 2019-03-08 21:59

이번에 주인공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다. 8일 미국의 뉴욕타임스와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자매지 잉크스톤뉴스는 시 주석이 중국 지도부의 전통을 깨고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을 공개 석상에서 드러내 관심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개막한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 참석한 대표들과 베이징 시민들 사이에서 시 주석의 흰머리가 단연 화제라는 것이다. ‘서민적이다’, ‘친근해 보인다’, ‘자신감의 표현이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신문들은 보도했다.
시 주석의 올해 나이 65세. 흰머리가 많아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나이다. 하지만, 중국 최고 지도부가 지난 20여 년 동안 한결같이, 어떤 경우에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새까만 머리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다. 피부에 염색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중국 최고지도부의 사진이 화제가 됐던 기억이 생생해 더욱 그렇다.
뉴욕타임스(NYT)는 시 주석이 흰머리를 자연스럽게 드러낸 것은 그동안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오면서 굳어진 강경한 이미지를 누그러뜨려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시 주석도 2012년 최고지도자에 오르기 전까지는 새까만 머리카락색을 유지해왔다고 한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간혹 공개 석상에서 흰머리를 드러냈고 중국 언론들은 의미를 부여하기 바빴다. 지난 2014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흰머리가 노출되자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시 주석이 너무 바빠 염색할 시간이 없다”면서 “흰머리는 정치인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2016년 양회 때에도 염색하지 않은 머리로 참석해 각 성에서 온 대표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었다. 특히 올해 양회에서 흰머리를 노출한 것은 지난해 개헌을 통해 종신 집권의 토대를 마련한 만큼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중국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시 주석 체제 아래 희끗희끗한 흰머리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NYT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25명 가운데 최소 7명이 시 주석처럼 염색하지 않는다. 류허 중국 부총리와 왕이 외교부장 등도 ‘새까만 머리 전통’에서 벗어나고 있다.
대기자 kmk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