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책속 이미지] 영화 속 그 장면, 책으로 다시 보다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수정 2019-01-04 01:11
입력 2019-01-03 17:40

환송대: 영화-소설/크리스 마커 지음/이윤영 옮김/문학과지성사/356쪽/3만 5000원

3차 세계대전 직전 프랑스 파리 오를리 공항의 환송대. 멀리 서 있는 여자를 본 남자가 웃으며 달려간다. 그러나 여자 근처에는 지하수용소에서부터 뒤따라온 추격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추격자의 총에 맞은 남자의 몸이 활처럼 꺾이고, 여자는 비명을 지른다. 남자가 자신의 머릿속에 끝없이 떠돌던 바로 그 장면임을 알아차리고 죽는 순간이다.
국내에 ‘방파제’, ‘활주로’ 등으로 알려진 크리스 마커의 1962년 영화 ‘환송대’는 제3차 세계대전으로 파괴된 세계에서 한 남자가 실험대상이 돼 과거로 보내지는 내용을 다룬 28분짜리 흑백영화다. 단 한 장면을 제외하고 모두 사진으로 구성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논할 때 항상 거론되는 영화로, 테리 길리엄 감독이 이 영화에 감명을 받아 1995년 ‘12몽키스’라는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책은 영화에서 썼던 사진들을 그대로 지면에 싣고 내레이션을 붙여 보기 편하게 바꿨다. 영화의 내용을 온전히 깨달았을 때의 충격을 책으로 다시 느낄 수 있다. 부제에 ‘영화-소설’이 붙은 이유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9-01-04 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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