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정년 60세까지 근무연수를 다 채우고 퇴직하는 국가공무원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4일 보도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낙하산 취업’이 금지된 게 결정적인 이유로 꼽힌다.
일본의 정부부처(성청)들이 밀집해 있는 도쿄 중심부 가스미가세키 지역.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의 ‘과천’이나 ‘세종’과 같이 ‘가스미가세키’가 관가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굳어져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아사히신문이 내각인사국의 퇴직수당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체 분석한 결과, 가장 최신 자료인 2016년의 경우 전체 국가공무원 퇴직의 58%가 정년에 따른 것이었다. 이는 9년 전인 2007년에 비해 21% 포인트나 늘어난 것이다. 아사히는 “민간기업이나 산하기관에 대한 공무원 출신의 낙하산 취업이 법으로 금지되면서 재취업이 어려워진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2016년 전체 국가공무원 퇴직자 약 2만 1000명(자위대 등 특수직종 제외)의 58%인 약 1만 2400명의 퇴직 사유가 ‘60세 정년’이었다. 2007년에는 퇴직자 약 3만 3000명 중 정년퇴직은 약 1만 2000명으로 37%에 불과했다. 다른 동기들보다 승진이 늦어지면서 자리가 없어진 관료들이 산하기관으로 옮겨갈 경우 등에 적용되는 ‘권고퇴직’은 2007년에는 전체의 12%에 달했지만, 2009년에는 낙하산 취업 알선이 금지된 이후 해마다 3~7%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일본의 정부부처(성청)들이 밀집해 있는 도쿄 중심부 가스미가세키 지역.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의 ‘과천’이나 ‘세종’과 같이 ‘가스미가세키’가 관가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굳어져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아사히는 “정년퇴직이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 국가공무원의 평균연령도 갈수록 고령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6년 기준 일반행정직 공무원 중 50대는 10년 전의 1.25배로 확대됐다. 반면 인건비 삭감 등에 따른 공무원 신규채용 억제로 25~34세 젊은층은 10년 새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반면 정년 후에도 65세까지 일하는 ‘재임용’ 공무원은 해마다 증가세에 있다. 2016년의 경우 10년 전의 10배 이상인 약 1만 1000명에 이른다.
전직 후생노동성 관료이자 공무원제도 연구 권위자인 나카노 마사시 고베가쿠인대 교수는 “낙하산 취업이 금지된 가운데 산하기관 등 갈 수 있는 자리가 줄어든 것이 정년까지 매달리는 국가공무원이 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며 “여기에다 민(民)에 대한 관(官)의 우위가 약화되면서 고위직 관료들조차 다음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진 것도 정년까지 버티는 문화에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